중앙대 한자 졸업 요건 폐지될까?···학생 측 “취업에 도움 안 돼” vs 대학 측 “학문 탐구 과정서 필요”

입력 2021-03-23 17:52   수정 2021-03-23 17:53

중앙대 한자 졸업 요건 폐지될까?···학생 측 “취업에 도움 안 돼” vs 대학 측 “학문 탐구 과정서 필요”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서지희 대학생 기자] 한국에서는 대학 입학보다 졸업이 더 쉽다는 말이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학 입시가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졸업이 마냥 쉬운 건 아니다. 개별 학과와 학교가 규정한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해서다. 취업 준비까지 맞물리면 학생들에게 더욱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 중앙대 커뮤니티에는 졸업 요건 관련 불만이 쇄도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 ‘한자 졸업 요건’이었다.



학생들 찬반 의견 엇갈려
중앙대는 2012학년도 신·편입생을 시작으로 그 이후 학번 학생들에게 한자 자격증 취득을 졸업 요건으로 요구해왔다. 예체능 계열은 4급 이상, 그 외 계열은 3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국가고시 1차 합격자와 재외국민 특별전형 입학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 따로 교양 대학에서 개설한 한자 관련 강의를 2개 이상 수강해야 한다.

이는 한자 해독능력 배양을 위해 2012년 도입됐다. 시행 초기 교양학부대학 교학지원팀은 ‘학문 탐구 수월성 증진’과 ‘동아시아 문명에 대한 이해 및 한자문화권 국가 간 소통능력 강화’를 내세우며 도입 취지와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한자 자격증은 이 시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불만이 학생들 사이에서 빈번히 불거져 왔다. 대학 내 게시판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과 댓글을 보면 “취지는 좋으나 취준하기 바쁘다”, “트렌드에서 벗어났다”, “실제 필드에서는 영어가 더 많이 쓰인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수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 씨는 졸업 요건인 한자 검정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씨는 “한자 능력 인정제도가 본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며 “졸업 전까지 취득해야 하는 강제성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넓고 깊게 한자를 공부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취득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자 자격증 취득은 쉽지 않지만 따고 나면 도움이 많이 된다”나 “한자는 우리말과 분리될 수 없기에 기본 소양이다”라는 의견도 있다.

김서현(프랑스어문학과 3) 씨는 이를 두고 “실효성에 관해 유난히 갑론을박이 많이 이뤄지는 졸업 요건”이라고 운을 뗐다. 김 씨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인증제라고 생각한다”며 “중앙대가 국내 대학이라는 점에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말의 약 70%를 차지하는 한자는 국어와 학문 이해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인증제 자체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자가 옛것으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최근 제2 외국어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어 역시 대부분 한자로 구성돼 있다. 한자는 뒤처진 언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폐지 찬성 90% 육박
논란이 가중되자 중앙대 총학생회는 지난 1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캠퍼스 재적생을 대상으로 한자 자격증 폐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공식 SNS 계정에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총 4085명의 학생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는 직접적인 변화를 겪게 될 2학년, 3학년 학생의 참여가 높았다. 설문조사 결과 참여 인원의 89.91%가 한자 졸업 요건 폐지에 찬성했다. 폐지 찬성의 이유로 ‘전공 공부와 한자 능력 간의 연관성 부족’과 ‘취업시장에서의 실효성 부족’이 가장 많이 제기됐다. 10.09%의 학생은 폐지 반대에 표를 던졌다. 그 이유로는 ‘학문 탐구 과정에서의 한자 능력 필요성’과 ‘한자문화권 국가 간 소통 능력 함양’이 가장 많았다.



한자 졸업 요건에 대한 학생 대다수의 미지근한 반응은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졸업 요건 충족 현황 조사를 살펴보면, 88.03%의 학생이 아직 한자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다. 또한, 기 취득자의 경우 비자발적 동기에 의한 자격증 공부로 취득한 정황이 많이 포착됐다. 요건 충족 완료 응답자의 93.5%(434명)가 졸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스스로 한자 능력 배양의 필요성을 인식해 공부한 경우는 20.7%로 집계됐으며, 이른바 ‘스펙’으로 여긴 비율은 7.8%를 기록했다.



유의미한 설문 결과가 도출된 만큼 이후 대학의 대응과 한자 졸업 인증제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총학은 2월 24일 학교에서 진행된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한자 졸업 요건 폐지와 관련해 총장단을 상대로 직접 질의했다.

이날 리더스포럼에서 최승혁 총학생회장은 “학사정기협의체를 소집해 한자 졸업 요건 폐지와 그밖의 전반적인 학사제도 개선과 보완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상규 총장은 “학사정기협의체 설립과 구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백준기 부총장은 “학칙 및 규정을 통한 제도화는 학사정기협의체에 참여할 학생대표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확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총학은 총장단 및 실무자와의 간담회를 요청해 상기 내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참에 졸업 요건이 한자에서 다른 과목으로 대체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한수지 씨는 “현시점에서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컴퓨터활용능력이나 제2외국어 등을 졸업 요건으로 제시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해당 자격증들이 취업 시 우대사항과 가산점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게 한씨의 설명이다. 김서현 씨는 “최근 다수의 대학이 빅데이터와 코딩 교육을 도입하고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소프트웨어와 통계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卒業). 학생이 규정에 따라 소정의 교과 과정을 마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어떤 일이나 기술, 학문을 통달해 익숙해진다는 뜻으로도 통한다. 각자 통달해야 하는 과업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거룩한 일이기에 현시점에서 이러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다. 진정한 졸업은 본인이 원하는 기술이나 학문에 가까워질 때 발휘된다. 학교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학생들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거나 편의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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