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한창 오르는 중인데…현금으로 낼게요" 딱 걸린 의사

입력 2021-03-15 12:00   수정 2021-04-03 00:03


국세청 직원: "체납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은닉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비트코인을 강제 매도해 세금을 추징하겠습니다."
의사 A씨: "한창 오르는 중인데. 잠깐만요. 추징액을 현금으로 낼게요."

최근 국세청과 A씨 사이에 오간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국세청은 15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자금을 빼돌린 고액 체납자 2416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개인 보유자산 평가 대상에 암호화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악용한 사례를 적발한 것이다. 국세청의 가상자산 추적 및 강제 징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개업의다.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지만 세금은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 내지 않은 세금이 쌓여 체납액이 27억원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조사를 통해 A씨가 39억원을 암호화폐 형태로 은닉한 것을 확인했다. 병원 수입을 은행 계좌에 넣지 않고 비트코인을 구입해 빼돌린 것이다. 국세청 담당자가 해당 비트코인을 압류하겠다고 통보하자 A씨는 "현금으로 낼테니 비트코인은 그대로 둬 달라"며 체납액과 추징액을 완납했다.

국세청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고액체납자들의 명단을 통보하고, 이들의 암호화폐 보유 현황을 제출 받았다. 이를 분석해 고액체납자들이 빼돌린 366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었다.

고액체납자 중에는 부동산 양도세를 비트코인에 은닉한 사례도 있었다. B씨는 경기도 소재의 부동산을 48억원에 매도해 양도소득세 12억원이 발생했다. 하지만 B씨는 세금을 내지 않고 해당 금액을 암호화폐에 은닉했다.

국세청의 조사가 들어오자 B씨 역시 암호화폐 대신 다른 현금을 조달해 추징액을 납부했다. 암호화폐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전자상거래로 발생한 수입을 암호화폐로 은닉하는 사례도 있었다. 농산물 전자상거래업을 운영하는 C씨는 수입금액 대부분인 14억원을 암호화폐로 은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체 운영에 따른 세금 6억원은 납부하지 않았다.

D씨는 상속세를 내는 대신 암호화폐에 투자한 경우다. 부친의 사망으로 금융자산 17억원을 넘겨 받으며 2억원의 상속세가 발생했지만, 5억원을 가상자산에 은닉했다.

C씨와 D씨는 세금과 추징액을 낼 다른 현금이 없어 비트코인 등 소유 암호화폐가 국세청에 압류됐다. 국세청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재산 은닉행위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고가 필요하다"며 "체납세금 징수에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체납 규모에 따라 징수금액의 5~20%에 해당하는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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