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자신감 혹은 허풍?

입력 2021-03-16 17:33   수정 2021-03-24 18:25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은 회사 설립 이후 연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미국 기업 역사상 최단 기간이다. 페이스북과 테슬라는 10년, 아마존은 11년이 걸렸다. 하지만 요즘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이들 빅테크 기업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과 3~4년 만에 연매출 100억달러를 이루겠다는 스타트업이 속출하고 있다.

WSJ는 가장 야심찬 포부를 지닌 기업으로 고급 전기차 제조업체인 패러데이퓨처를 꼽았다. 전기밴과 전기버스를 제조하는 영국의 어라이벌그룹과 미국의 피스커도 있다. 차량 생산 및 판매 시작 이후 3년 안에 연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밖에 이스라엘 전기차 부품업체인 리오토모티브와 수직 이착륙 항공기 개발업체인 아처는 ‘7년’을 내걸었다.

이들 기업이 이처럼 파격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팩은 우회상장 수단으로 쓰이는 특수목적회사(SPC)다. 스팩이 공모를 거쳐 증시에 상장한 뒤 2년 안에 비상장사와 합병하면 해당 비상장사는 증시에 우회상장할 수 있다.

자본금이 부족한 전기차 스타트업계에서는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이 인기다. 단기간에 상장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든든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업공개보다 규제가 덜하고 절차가 빠르다는 점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WSJ에 따르면 어라이벌과 피스커·패러데이퓨처 등 현재 10개 이상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스팩 상장을 추진 중이며 이들 기업은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는데도 수백억달러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뀐다는 점도 전기차 스타트업들에는 성장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에 대한 투자 열기도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일본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테슬라(6795억달러)가 대표적이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1년 전보다 8배 가까이 급등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최근에는 대량 생산 및 공급이 용이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이먼 스프라울 피스커 대변인은 “전기차를 위탁 생산해 테슬라보다 생산량을 훨씬 빨리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시장 규모는 테슬라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스타트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수요에 대해 과도한 낙관주의가 팽배하다”며 “전기차 업계의 전망은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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