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코로나 치료제' 조건부 허가 실패

입력 2021-03-17 19:17   수정 2021-03-18 02:29

대웅제약에 이어 종근당도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받는 데 실패했다. 국산 약으로는 유일하게 허가받은 셀트리온 외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좌절을 겪으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종근당, 조건부 허가 물거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검증자문단 회의를 열고 나파벨탄의 임상 2상 결과를 평가한 뒤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 등 허가를 위한 후속 절차가 취소됐다.

종근당은 러시아에서 중증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 2상 결과를 근거로 지난 8일 식약처에 나파벨탄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임상 참여자 가운데 51명은 코로나19 표준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53명은 10일간 표준치료와 함께 나파벨탄을 투여받았다. 표준치료는 보건당국이 권고한 기존 코로나 환자 치료법이다.

종근당은 이달 초 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나파벨탄의 효능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고위험군 중증환자 36명 중 나파벨탄을 맞은 시험군의 61.1%는 10일 내에 증상이 개선됐고 표준치료만 받은 대조군에서는 11.1%만 증상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자문단은 임상 통계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임상적 개선시간이 시험군과 대조군에서 모두 11일로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바이러스 음전소요시간’도 시험군과 대조군 모두 4일로 같았다. 종근당 관계자는 “고위험 중증환자에서는 효능이 확인돼 조건부 허가를 기대했다”며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서울대병원 등 국내외에서 600여 명의 고위험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
“약물재창출 한계” 지적도
허가 단계에서 발목 잡힌 국산 코로나 치료제는 나파벨탄이 두 번째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말 호이스타(DWJ1248)의 임상 2a상에서 효능을 확인하지 못해 조건부 허가 신청을 포기했다. 코로나19 경증 또는 무증상 확진자 8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시험군과 대조군 사이의 바이러스 음전소요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당초 임상 2상을 마치고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포기하고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현재 경증환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고 있다.

임상을 진행 중인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는 부광약품 ‘레보비르캡슐’, 신풍제약 ‘피라맥스’, 크리스탈지노믹스 ‘CG-CAM20’, 뉴젠테라퓨틱스 ‘뉴젠나파모스타트’ 등 12개다. 업계 관계자는 “나파벨탄을 둘러싼 기대가 컸던 만큼 업계의 실망감이 크다”고 했다.

약물재창출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약물재창출은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서 실패한 약물을 활용해 다른 병증의 약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나파벨탄은 췌장염 치료제로 시판되던 약물이지만,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나타나는 혈전증을 해소하는 효능이 있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돼왔다. 김승택 파스퇴르연구소 인수공통바이러스연구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최적화해 개발한 약물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재창출을 통해 효능이 뛰어난 약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 로로퀸, HIV 치료제 칼레트라, C형 간염 치료제 리바비린 등 다양한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거론됐지만 현재 사용되는 약물은 없다. 코로나19 치료제 중 약물재창출로 성공한 사례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던 렘데시비르가 유일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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