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믿어도 될까요"…성장성 흔들린 2차전지株 향후 전망은

입력 2021-03-18 16:20   수정 2021-03-18 16:39


"2차전지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과 시장 성장성을 믿고 꾸준히 투자하면 된다고 굳게 믿었어요. 하지만 폭스바겐 배터리데이 이후 계속 들고 있어도 되는지 고민스럽네요"

'K배터리' 업종에 장기투자중인 한 개인투자자의 요즘 고민이다.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파워데이'를 열고 테슬라에 이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주축 배터리인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충격파를 키웠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긍정과 부정이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주가는 심상치 않게 흔들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달라진 성장 공식
18일 LG화학은 0.47% 오른 8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이후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11.28%나 빠졌던 주가가 진정세다. LG화학은 지난 1월 14일 장중 105만원을 기록한 뒤 조정을 받아왔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2월 3일 장중 32만7500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이날 0.69% 떨어진 21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폭스바겐 파워데이 이후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데드크로스는 통상 약세장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내려가고 있다. LG화학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개월 전 33배에서 29배까지 밀렸다. 기관과 외국인이 집중 매도에 나선 영향이다. PER이 2차전지 성장성이 본격 부각되기 이전인 1년 전(26배)에 가까워지고 있다.

2차전지 업종은 이미 금리 급등에 따른 성장주 약세장을 맞아 조정폭이 컸다. 증권업계에서는 "수급에 의한 조정일 뿐 2차전지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폭스바겐 파워데이 후엔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2차전지 업종의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가 대세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K배터리의 성장공식으로 여겨진 "현 시장점유율대로 시장 성장 수혜를 가져간다"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를 늘리고 내재화에 나서겠다는 폭스바겐에 발표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부정적"이라며 "내재화 흐름은 장기적으로 배터리 공급과잉과 경쟁 과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성 좌우할 포인트는
증권업계에서 보는 핵심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내재화 가속화 여부와 배터리 표준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다. 내재화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의 핵심은 어떤 케이스를 쓰는지보다 안에 있는 소재를 어떻게 바꾸느냐다"라며 "폭스바겐과 손잡은 노스볼트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파우치형 배터리의 원가절감이 가속화된다면 폭스바겐으로선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스볼트 자체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를 제대로 공급할 만한 능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단 지적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스볼트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늘어나겠지만 양산 능력을 확인하기 전까진 한국 업체들의 경쟁 업체라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노스볼트는 유럽에 진출한 국내 2차전지 장비·소재 업체들과 접촉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표준 전쟁이 향후 배터리 업체간 주가를 차별화할 요인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삼성SDI, 중국의 CATL·BYD, 일본의 파나소닉, 등은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이 주력이다. 배터리 형태별로 공정이 달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각형 배터리는 공정상 원가절감에 유리하다. 반대로 파우치형은 모양 구현이 자유로워 전기차 디자인 구현에 유리하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원통형, 폭스바겐의 각형 등 각자의 배터리 표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배터리 기술 표준 변화를 이끄는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재·장비주로 분산투자해야
배터리 산업 내 변화가 빨라지면서 투자자들로서는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기존에는 국내 2차전지 소재·장비주들은 특정 기업의 매출 비중이 컸다. 포스코케미칼(음극재·양극재)과 SKC(동박)는 LG화학에, 에코프로비엠(양극재)과 일진머티리얼즈(동박)은 삼성SDI에 집중 공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공급망도 다변화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가 이들 업체들에게 장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소재 업체들이나 노스볼트에 공급중인 부품 공급 업체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가 유럽에서 부진하더라도 그만큼 다른 곳에서의 생산 규모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투자자들로서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시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많다. 2차전지 소재·장비주 비중을 늘리고, 해외 업체들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동박을 생산하는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에 공장이 있다. 유럽에 공장을 설립중이거나 추진하기로 한 곳은 일진머티리얼즈(동박), SKC(동박), 포스코케미칼(양극재),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솔브레인(전해액) 등이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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