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도 부동산에 투자해 돈 벌지만 한국은…" [강영연의 인터뷰집]

입력 2021-03-20 10:00   수정 2021-03-20 21:5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율리아 바룬드 씨는 한국 생활 5년차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내집마련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집 값이 너무 올랐고, 대출을 받기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핀란드에도 집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처럼 집값이 많이 오르진 않는다고 했다.

핀란드 사람들이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 여부다. 그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이상의 핀란드 사람들이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고려한다"며 "자연에 가까운 곳에 살며 환경을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랑에 빠져 한국에 정착
바룬드씨는 22살이던 2015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진학을 미룬채 기업에서 일을 하던 때였다. 친구들과 한국에 와 3개월간 여행을 했다. 그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핀란드로 돌아갔던 바룬드 씨는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양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한국에 살다보니 편하고,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사랑에 빠져버려서 정착하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했다. 핀란드에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지금은 주한 핀란드 대사관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핀란드를 둘다 정말 좋아한다"며 "두 나라의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것은 편리하고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편리한 교통수단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말에 바다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것도 좋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마스크도 잘하고, 발열 체크도 잘하고, 같이 이겨내려는 모습이 안전하게 느껴져 걱정을 덜돼요. 유럽에 있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핀란드가 좋은 점도 많다. 자연환경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세먼지 걱정없이 숨쉴 수 있는 공기는 지금도 그립다고 했다. 의료, 교육 등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것도 그렇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가족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도 주거, 교육 등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집은 신성하고 안전한 곳
한국과 핀란드 사람들이 바라보는 집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고 했다. 핀란드 사람들에게 집은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충전할 수 있는 곳이어서 아주 특별한 공간으로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핀란드 속담에 '집은 신성한(holy)한 곳'이라는 말이 있다"며 "집은 가장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집은 '내가 나답게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고 했다.

장소 자체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다른 핀란드 속담에 ‘마음이 있는 곳에서 집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은 장소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죠. 이건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마음도 편하고 안전하게 느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집에 주어진 역할도 조금은 달랐다. 핀란드에서 집은 휴식처인 동시에 사회적 교류를 하는 공간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이나 파티 등을 특별한 장소에 가서 하지만 핀란드는 대부분 집에서 한다. 바룬드씨는 "핀란드는 졸업파티, 생일파티, 약혼파티 등 여러 축하행사를 집에서 한다"며 "그래서 집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집을 꾸밀 때는 대부분 중고 제품 등을 사용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해서다. 바룬드씨는 친구가 최근 핀란드로 갔는데 침대 매트리스를 빼고는 모두 중고 가구를 들여놨다고 말했다.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 여부다. 그는 "환경과 자연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자연에 가깝게 사는 것 뿐 아니라 집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고 강조했다.
투자는 부동산보단 주식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는 곳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남편과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서울 시내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이다. 12층에 살고 있다는 게 신난다고 했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높은 건물에 살아본적이 없었다"며 "매일 밤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높은 층에 산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월세가 아까워서 집을 사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당장 대출을 받는 것이 부담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 값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서울에서 계속 살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집으로 돈을 버는 데도 큰 관심이 없다.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으며 사는 것 보다 주식 등을 통해 돈을 버는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대한 기준도 크게 높지 않다. "직장과 가깝고, 시장을 볼 수 있는 마트가 있고, 편하게 산책이나 조깅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어요."

핀란드에도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은 헬싱키 인근에 있는 에스푸라는 도시다. 에스푸 중에서도 타피올라와 마틴클라가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는다고 한다. 헬싱키부터 연결되는 메트로(철도)가 개설됐기 대문이다. 헬싱키 시내와 가까운 라우따사아리, 칼리오 등에 있는 소규모 아파트도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월세소득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에요. 부동산 가격이 오르긴 하지만 한국처럼 이 정도로 올라가진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살고 싶은 집은 직장 가까운 곳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닷가 집에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바다를 좋아해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 힐링이 될 것 같다"며 "바쁜 도시 생활보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자연 가까이에 살고 싶다"고 했다.

이 집에 꼭 갖추고 싶은 것은 핀란드식 사우나다. 그는 핀란드에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사우나라고 했다. 핀란드에 살때는 호수나 바다 근처에 있는 사우나를 하고, 바로 수영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겨울에는 얼음물 수영을 했다.

룬드 씨는 "핀란드 일반 가정에는 기본적으로 사우나가 있고, 아파트에도 공용 사우나가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찜질방을 자주 갔는데 요즘은 코로나19때문에 못가서 사우나가 더 그립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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