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동성 파티'에 부도율 사상 최저…올해는 치솟을까

입력 2021-03-23 10:19   수정 2021-03-23 10:25

중소기업 자금 사정을 가리키는 지표인 어음부도율(어음교환액을 부도금액으로 나눈 비율)이 지난해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자영업자 영업여건이 팍팍해진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지난해 시장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정부의 대출금 이자상환 유예 등 정책지원을 이어간 데 따른 ‘착시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들어 시장금리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부도율이 빠르게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부도율 0.06%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어음부도율은 0.06%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하락했다. 연간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97년 후 최저치다.

어음부도율이란 약속어음·당좌수표를 비롯한 각종 어음(외상거래로 제품을 납품받은 업체가 향후에 돈을 갚겠다고 발행한 일종의 채권)의 부도 금액을 전체 어음 교환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의 영업여건이 나빠지면 어음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그만큼 어음부도율은 올라간다.

부도율이 낮아진 것과는 달리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사업소득은 99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 흐름을 이어갔다.

부도율이 낮아진 것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진 덕분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지원을 이유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130조원의 만기를 최대 1년 6개월 연장한 것도 부도율을 끌어내렸다

비슷한 이유로 국내 은행의 작년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대출자산 가운데 회수 의문과 추정 손실을 포함한 고정 이하 등급의 채권의 비중)도 역대 최저 수준인 0.64%로 집계됐다. 어음 사용량이 줄어든 것도 부도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 간 거래나 일반 상거래에 어음 사용이 감소한 결과 부도업체 수와 어음부도율이 실물경제 흐름을 오롯이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르는 시장금리…빅배스 우려 커진다

부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번돈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줄줄이 신용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서다. 좀비기업이 줄줄이 부도에 직면하는 등 올해 이른바 ‘빅배스(big bath:누적된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것)’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의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기업(2298곳) 가운데 37.5%로 전년 말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들 좀비기업 상당수는 차입금을 변동금리로 조달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빚을 못 갚아 부도를 내는 확률이 커질 수 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 15일 연 1.238%로 치솟으며 지난해 2월19일(연 1.284%)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일부 현실화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여파로 지난 1월 경기도 어음부도율은 1.5%로 전달보다 1.44%포인트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94%)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쌍용차 여파로 1월 전국 어음부도율도 0.19%로 뛰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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