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때 되면 기부? 지역상생은 꾸준함과 신뢰가 핵심이죠"

입력 2021-03-24 17:55   수정 2021-03-25 08:33


대전 장동에는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산길이 있다. 촉촉한 황토를 맨발로 밟으며 등산할 수 있는 계족산 황톳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올해로 4회 연속 선정된 곳이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지만, 사실 계족산은 2006년까지만 해도 여느 산과 다름없는 돌길이었다.

평범한 돌길이 대전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5년간 전북 김제에서 직접 황토를 구해와 산길을 새로 조성한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1·사진)의 헌신 덕분이었다. 맥키스컴퍼니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소주 ‘이제우린’을 만드는 회사다. 이 주류 업체 회장이 지난 3일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0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역상생에 대한 조 회장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18일 계족산을 찾았다. 그는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있었다.

조 회장은 “국민이 직접 추천해 받은 상이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며 “황톳길을 조성하기 시작한 게 15년 전인데,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을 해달라는 주민들의 메시지라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소주회사 회장이 15년 전 왜 갑자기 황톳길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조 회장은 “2006년 하이힐을 신고 계족산을 찾은 지인에게 신고 있던 운동화를 건네주고 맨발로 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며 “당시 머리가 맑아지고 숙면에 취한 경험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고 싶어 황톳길을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톳길은 황토를 한 번 가져다 깔아놓는다고 조성되는 게 아니다. 매년 양질의 황토를 2000t씩 가져다 교체해줘야 하고, 촉촉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물을 뿌려야 한다. 맥키스컴퍼니가 황톳길 유지·관리에 매년 10억원 안팎을 쓰는 이유다. 2019년 기준 45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맥키스컴퍼니에 10억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조 회장은 “지난해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30%가량 줄었지만 황톳길 조성에 드는 비용은 전혀 줄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소주라는 소비재를 파는 우리 회사한테는 상생 자체가 일상적인 경영 활동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우리 소주를 사랑해준 덕분에 회사가 영위되는데, 사랑에 대한 보답을 멈출 수는 없죠. 지역상생은 신뢰가 핵심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핑계를 대면 한순간에 (신뢰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소주 한 병을 판매할 때마다 5원씩 적립해 지역사회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전 5개 자치구와 세종시, 충남 15개 시·군과 협약을 맺고 앞으로 10년간 장학금을 전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때가 되면 잠깐 기부금을 전하는 방식은 진정성을 전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10년을 약속한 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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