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금주의 심리로 읽는 세상]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하여

입력 2021-03-24 17:56   수정 2021-03-25 00:16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개발예정지의 땅을 사고 이익을 취하는 것은 공정성이 무너진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LH 사건은 취업은 어렵고 취직이 돼도 마구 오르는 집값에, 제대로 일해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절박함을 느끼는 2030세대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2030세대가 기성세대의 공정성을 본격적으로 지적한 것은 2014년 무렵 ‘수저 계급론’부터다. 청년들은 ‘금수저’ ‘흙수저’같이 집안 배경에 의해 성공이 좌우된다면서,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공정함이 우리 사회에 이미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개탄했다. 이어 ‘부모 찬스’로 인한 비리, 금융권 채용비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등을 겪으면서 무너지는 사회 공정성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LH 사태는 또 하나의 권력 갑질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이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믿고 싶어하는 근본적 욕구가 있다.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로 하여금 질서를 지키며 살아갈 의지를 갖게 한다. 개개인의 신체적·심리적 안녕감과 행복감도 향상시켜 준다. 불공정은 사람들에게 고통스럽기에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공정하지 않은 것은 피하고 싶은 심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귀트의 ‘최후통첩게임’이다. 이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에 의해 ‘독재자 게임’으로 잘 알려진 실험이다.

두 사람이 팀을 이뤄 게임을 하는데 한 사람이 분배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을 때 상대의 반응을 알아본 것이다. 모든 권한을 가진 한 사람이 분배를 마음대로 정하는데, 이것을 거부하면 둘 다 이득을 얻을 수 없다. 동일한 상황에서 분배가 적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따르면 조금이라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이 자신에게 자원이 적게 배분되면 이를 거부했다. 불공평에 대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거부하면서 불공정 해소를 위해 기꺼이 그 값을 지불한 것이다.

공정성에는 분배에 대한 것과 절차에 대한 것이 있다. 분배공정성이란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원의 양에 대한 공평성을 말한다. 자신의 기여도, 노력, 자격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인식할 때 강한 분배 불공정성을 느끼게 된다. 절차공정성은 자원 분배 절차상의 공평성을 의미한다. 분배 결과가 아니라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는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고려하는 것이다. 자원 분배 결과 자체는 공정하지만 그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할 수 있다. 기회의 평등, 정보의 투명성, 편견과 선입견에 의한 판단 여부, 정당한 의사결정 여부 등에 관한 공정이다.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과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사람들은 그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 인천공항공사 사태에서 취업준비생들은 해당 사태에 대한 분배적 불공평성과 절차적 불공평성을 모두 제기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정해진 절차, 과정, 체계에 공평성이 지켜지지 않았다. 분배적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어서, 일부 비정규직 종사자는 그들이 투자한 노력에 비해 정규직 전환이라는, 과한 결과를 얻은 반면 정규직을 지원한 사람들은 그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정규직 탈락이라는 결과가 억울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두 가지 공정성은 서로 다른 뇌 부위와 관련된다. 최후통첩게임 상황에서 뇌 활동을 촬영하면 사람들은 불공정을 지각하면 분노와 스트레스를 느낀다. 단 분배공정성의 경우 정서와 관련된 뇌 부위가 더 활성화됐다. 사회적 판단보다는 분노와 같은 정서반응이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절차공정성을 느낄 때는 사회적 상황을 판단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절차공정성의 경우 감정적 대처보다 좀 더 사회적 상황에 대한 판단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결국 분배 절차를 더 투명하게 할 때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 확산과 사회 정의에 대한 걱정이 큰 요즘, 그 해결책에 대한 생각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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