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형 애물단지' 우려되는 한전공대

입력 2021-03-25 17:12   수정 2021-03-26 00:16

“한전공대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대와 전문대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입니다.”(김태흠 국민의힘 의원)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3법’을 비롯한 165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이 중 유일하게 반대토론이 벌어진 법안이 있었다. 전남 나주에 에너지 특성화대학을 설립하는 내용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특별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한전공대 설립을 특별법 제정으로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김태흠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가 에너지 생태계가 파괴되고 에너지 관련 공대생들의 취업문이 좁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전공대를 설립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대학 난립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신입생 미달 규모가 100명 이상인 학교가 4년제 대학 200곳 중 30곳이 넘고, 정원 미달 전문대는 129곳 중 103곳”이라며 “한전공대는 지방대 및 전문대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윤한홍 의원은 “각 대학에서 넘쳐나는 인재들이 취직을 못하고 있는데 이런 특혜 대학을 세우느냐”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은 “만성적자인 한국전력이 학교 설립에 돈을 투입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발전사업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러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역시 국민의힘이 반대했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처리를 보류하면서도 한전공대법만은 밀어붙였다. 윤 의원은 “대통령 공약이라고 이렇게 하는 게 양심에 비춰 맞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서도 ‘174석’ 의석수를 앞세워 처리를 강행했다.

한전공대는 특별법 제정에 힘입어 문 대통령의 임기 내인 내년 3월 개교하게 될 전망이다. 통상 대학 설립에 10년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기간이다.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총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한전이 약 1조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누적 부채가 132조원에 달한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부담을 덜어낼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에 투입되는 정부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마련되는 ‘준조세’다. 법은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부담은 국민이 지는 셈이다.

가덕신공항이 ‘정치 공항’이라면, 한전공대는 ‘정치 대학’으로 불릴 만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또 하나의 ‘대형 애물단지’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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