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재정 덮친 '코로나 쇼크'…기금 고갈 초유의 사태 오나

입력 2021-03-26 15:17   수정 2021-03-26 16: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가 정부 관광재정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건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3월 기준 관광진흥개발기금 부채는 1조650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배로 급증했다. 부채를 제외하고 2조1000억원인 기금 순자산의 80%에 육박하는 규모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부채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기금 운영이 시작된 1973년 이후 49년 만에 처음이다.

이런 추세라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시장이 회복되기도 전에 기금이 완전 고갈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등은 관광시장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을 2024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수입 줄고 빚만 느는 관광진흥개발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부채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8397억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2300억원이 늘어 1조686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만 5815억원이 늘어 3월 현재 1조6501억원이다.

기금 부채가 급증한 건 수입이 줄어서다. 지난해 기금 수입은 정부 예상치(1조3147억원)보다 30% 이상 적은 8970억원에 그쳤다. 국외여행자들의 출국 납부금과 카지노 납부금, 융자원금 회수 등 주요 수입원 중 카지노 납부금(2696억원)을 제외한 융자원금회수와 출국납부금이 각각 16%, 78% 줄었다. 기금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융자원금 회수는 2020년 만기가 도래한 6000억원 중 1000억원 가량이 상환 유예되면서 5000억원만 들어왔다.

항공 1만원, 선박 1000원이 붙는 출국납부금은 지난해 해외출국자가 줄면서 예상치(4177억원)의 20%인 929억원에 그쳤다. 전국 카지노에서 전년도 매출액의 9.5~10%를 내는 카지노 납부금과 달리 출국납부금은 그해 출국자 수를 예상해 예측치를 반영한다. 지난해 국외 출국자는 428만명으로 정부 예상치(3000만명)의 15%에도 못미쳤다.

○ 기금 의존도 역대 최고 “부채 2조원 넘을 듯”
올 연말까지 기금 부채는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금 수입이 지난해보다 60%나 줄었지만 정부 관광 재정의 기금 의존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채를 뺀 기금 순자산 2조1000억원 대부분은 관광사업체 융자로 나가 당장 쓸 수 있는 여유자금도 바닥난 상태다.

문체부의 올해 관광예산(1조4950억원) 중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비중은 1조3244억원으로 88.6%에 달한다. 2018년까지 60%대를 유지하던 관광 재정의 기금 의존도는 2019년 70.7%에 이어 지난해 86.9%로 올라갔다. 올해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올해 기금 수입은 출국납부금 143억원, 카지노납부금 916억원, 융자원금회수 902억원 등 375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8970억원)보다 60% 줄었다. 수입보다 1조원 이상 많은 기금을 관광 재정에 반영한 탓에 올 1분기에만 부채가 6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계획된 관광정책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최소 4000억원 가까운 빚을 더 져야 한다. 예상치가 반영된 출국납부금, 융자원금회수 수입이 줄어들 경우 부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체부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출국납부금과 융자원금회수 수입 규모는 트래블버블(비격리 여행권역) 도입 등 연내에 부분적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한 만큼 늘거나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금 고갈 위기 “특별회계 등 특단 조치 필요”
전문가들은 “더 이상 기금 부채를 늘려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부채 증가 속도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5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1년간 늘어난 8104억원의 기금 부채는 이전 5년간(2015~2019년) 쌓인 부채(8397억원)와 맞먹는다.

코로나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관광업계 지원과 시장 조기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금에만 의존해 빚으로 돌려막는 방식으로는 기금 건전성만 훼손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급증하는 기금 부채로 건정성이 악화돼 고갈 사태를 맞을 경우 결국 피해는 관광업계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 사태로 관광 재정 구조상의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50년 가까이 된 관광진흥법과 관광진흥개발기금법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한국관광학회장)는 “관광진흥개발기금 활용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해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관광시장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2~3년간 일반회계 비중을 늘리거나 특별회계, 타 기금 전입을 통해 관광 재정을 충당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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