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공'은 전투에서, '늘공'은 전쟁에서 승리를 노린다 [더 머니이스트-Dr. J’s China Insight]

입력 2021-03-31 05:12   수정 2021-04-19 00:02


미국은 대중국 공격의 핵심을 동맹전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갖고 있지 않은 미국만의 강점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지만 실상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미국이 내세우는 동맹국들은 미국을 대신해 피 흘릴 진짜 혈맹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의 주먹에 얻어 맞을까 동맹에 조인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이익 챙기기 일 뿐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위한 동맹구축이 요란스럽습니다. 미국의 국무장관, 국방장관이 순회를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동맹국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신장 산(?) 목화전쟁을 벌였고 여기에 EU를 끌어들여 중국과 전쟁도 붙였습니다.
범(虎)이 돼 산에서 내려와 바다로 간 중국
미국과 유럽이 휘발성이 강한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자 중국은 바로 파르르 했습니다.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바로 미국과 EU의 제재에 맞대응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국뽕(?潮)전략'을 썼습니다. 중국산 목화 사용금지를 선언한 나이키, H&M 등의 의류회사가 폭탄을 맞았습니다. 반면 중국 국내 브랜드의 스포츠의류회사가 '돈쭐(돈과 혼쭐의 변형된 합성어)'이 났고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동맹전략으로 나온다고 하자 유럽과 포괄적 투자협정(CAI)를 맺었습니다. 미국의 대서양 동맹에 구멍을 뚫었고, 지역경제협력체(RECEP)의 조기 타결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에도 구멍을 냈습니다. 미중고위급회담이 끝나자 마자 바로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으로 날아가 이란과 25년 장기 경제안보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중동에도 중국편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이처럼 중국은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미국이 손 쓰기 전에 선수를 치고 있습니다.

중국이 중국 주도의 RECEP을 조기 타결시키자 여기에 대응하는 일본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가입하냐를 두고 논쟁이 많습니다. CPTPP 가입국 중에서 RECEP에 가입되지 않은 나라는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정도입니다. 한국, 이들 국가와 교역규모를 감안하면 미국이 참여 않는다면 CPTPP 큰 실익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가입을 안 하면 무슨 큰일 당하는 것처럼 난리입니다.

미중의 장기경쟁전략 하에 있는 아시아, 미국의 공략에 대응하는 중국의 변화가 바로 아시아의 변화이고 새로운 미래입니다. 한국은 중국을 여전히 고양이, 잘해야 살쾡이 수준으로 여기고 얕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범(虎)이 되어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아시아의 병자', '잠든 사자'로 불리던 중국은 대륙에서 내려와 남중국해로 그리고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거쳐 아프리카로 갔습니다. 2015년 57개국에서 출발한 중국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2020년까지 103개 나라가 참가했습니다. 가입국의 세계 인구비중은 79%, 국내총생산(GDP)비중은 65%에 달했습니다. 전세계 193개 UN 가입국수의 53%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AIIB에 참여한 유럽과 아시아국가들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중국이 이뻐서가 아니라 중국의 3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 달러지갑을 탐내 중국에 줄을 선 것이지요. 미국은 총을 흔들었지만 중국은 돈을 흔들었습니다. 미중의 주변국들은 총의 위협보다 돈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중전쟁은 '인권전쟁' 아닌 '경제전쟁'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막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의 일대일 동맹을 하자고 뒤늦게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일대일로에 가입한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뒷북에 다소 떨떠름한 표정입니다.

선진국들은 중국이 '부채함정'을 판다고 비난하고, 일대일로 연선국가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중국을 조심하라고 훈계합니다. 정작 이들 나라에 중국을 대신해 돈을 빌려주지는 않고 있다 보니 개도국들은 서방 선진국들의 훈수를 귓등으로 흘려 듣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중 지금 전세계에서 임상3상에 돌입해 실제 접종이 가능한 백신이 10개입니다. 이 중 4개가 중국산 백신입니다. 지금 세계는 백신전쟁 중이지만 미국은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3세계와 후진국은 중국산 백신에 의존하고 방역장비와 물자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미국이 아니라 중국산 백신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개도국들은 중국의 리딩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데 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국가 간에서는 '피보다 진한 것이 돈'입니다. 이익이 없으면 동맹도 버리고 이익이 되면 어제의 적과도 손잡는 것이 외교입니다. 바이든의 대중국 인권공략, 명분은 좋지만 동맹에 실익이 없습니다. 국가 간에는 힘있는 나라, 이기는 나라가 역사의 주인공이고, 힘이 정의이고 대세입니다.

언론은 미중과 유럽, 중국간의 인권전쟁에 크게 반응하고 있지만 미중전쟁의 본질은 '인권'이 아니고 '경제'입니다. 중국의 커지는 경제력을 미국이 좌초 시키지 못하면 인권전쟁은 물 건너 가는 겁니다. 경제를 좌초 시키면 중국도 미국의 가이드대로 인권문제를 개선하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알려진 북한 인권문제도 실질적으로는 방치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홍콩과 신장 티벳의 인권문제를 진짜 해결하고 답을 낼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를 중국을 좌초 시키는 명분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시빗거리를 만들고 견제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지만 여기에 미국의 동맹의 함정이 있습니다. 미국의 진짜 속내는 중국의 경제력, 기술력을 좌초 시키는 데 인권문제를 쓰는 것입니다. 명분으로 주변국을 동참시켜 빠져나갈 구멍을 막고 2단계로 경제적으로 중국제재에 동참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 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클린 네트웍, 쿼드동맹, EPN 등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정확히 중국을 타깃으로 한 직접적인 실행계획은 없었습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산업동맹을 통한 중국봉쇄를 제안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제약에서 동맹입니다. 문제는 세계 시장에서 희토류의 58%를, 배터리는 38%를, 반도체는 15%를 중국이 공급한다는 점입니다. 임상 3상을 거친 백신의 공급자의 40%가 중국이란 점입니다. 미국은 희토류 7%, 배터리 0%, 반도체는 12%공급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반도체에서 21%, 배터리에서 35%를 공급하고 있어 미국의 경제분야동맹에서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한국을 빼면 큰 구멍이 생깁니다.그래서 미,중의 동맹전쟁에서 한국은 피해의식이나 동맹의 제외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나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바이든의 4년 계획 vs 중국 시진핑의 15년 계획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완전 반대의 정책을 펴고 있고 대중국전략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바이든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4년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미국과 중국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4년간 벌어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과 시간의 변수입니다. 4년마다 표심에 목숨 걸어야 하는 어쩌다 공무원 '어공'인 미국의 지도자와 헌법을 개정해 이론상 무한대 연임이 가능한 늘 공무원 '늘공'인 중국의 지도자의 스탠스의 차이입니다.

트럼프도 그랬지만 어공은 매 전투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숙명이고 단한번의 전투에서도 지는 순간 왕좌에서 내려와야 하는 운명입니다. 그래서 “어공은 전투에서 승리에 목숨 걸고”, “늘공은 마지막 전투에서 이기면 되는 전쟁에서 승리”를 노립니다.

미국의 바이든은 4년 집권계획을 세웠지만 중국의 시진핑은 2025년까지 5년계획과 2035년까지 15년 장기계획을 세웠습니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1/10수준의 GDP였던 일본을 플라자합의로, 미일반도체협정으로 좌초 시키는데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이는 공화당이 연속 3번(1981~1993), 12년간 집권하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년임기 끝나면 바이든은 82세로 연임은 현실적으로 낙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차기정권을 공화당이 아닌 다시 민주당이 잡게 되면 미국의 중국 좌초전략은 또 다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국 바이든의 4년계획과 중국 시진핑의 5년 그리고 15년 계획이 미중의 운명을 가를 전망입니다. 무역의 대중의존도가 대미의존도의 2.5배가 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외교, 국방 측면에서 미국의 동맹전략이 중요합니다. 경제측면에서 중국의 14차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계획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의 핵심은 인권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14차5개년 계획의 '신성장전략산업'을 13차5개년계획과 비교해 보면 중국의 번뇌와 한국의 기회가 보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2035년까지 장기과학기술개발전략을 보면 중국이 가장 취약하고 두려워하는 미국이 목을 조를(??子)기술, 중국이 목숨 걸고 국산화해야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답이 숨어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전쟁에서 한국은 미국의 쿼드동맹에서 빠져 있다고 불안해 하거나 미국의 2류동맹으로 전락했다고 하는 비관적 관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지역적 바운드리가 한국을 포함한 일본,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잇는 제1도련선이었을 때 한국의 지역적 중요성이 컸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해상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해 태평양, 인도양, 아프리카로 진출해 전선이 확대 되면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이들 전쟁터와 멀어졌기 때문에 쿼드동맹에서 빠진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공략하는 경제동맹, 구체적으로는 반도체와 배터리동맹에서 한국은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미국의 기술봉쇄의 돌파구로 한국에 추파를 던지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보면 비관적으로만 보입니다만,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이 '복어의 전략'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나라에 비굴하게 나가면 진짜 터집니다. 우리 입지를 스스로 비하하고 과소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강한 적이 공격하면 겁먹고 찌그러드는 게 아닙니다. 빵빵하게 배를 부풀려 자긍심을 배가해서 상대를 위협하는 겁니다. 설령 상대가 힘으로 내리 누르더라도 상대를 반드시 죽일 수 있는 필살기인 맹독을 가지고 있으면 상대가 절대 함부로 다룰 수가 없지요.

그 필살기는 바로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미국의 지역동맹 소외에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중국이 절절히 원하는 기술이지만 중국이 갖고 있지 못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중국의 14차5개년계획, 2035년 장기기술계획을 잘 들여 다 봐야 합니다. 거기에 한국의 입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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