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들만 다 가져가겠네"…대구 아파트 청약자들 '분노'

입력 2021-03-28 12:21   수정 2021-03-28 13:34

"저는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현금부자들만 다들 가져가겠네요", "아무리 대구의 강남이라지만 너무하네요", "옵션 안하면 9억원이 밑인데, 중도금 60%가 자납이라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전화 연결은 왜 안되나요?"…

대구 주택 청약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구에서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나와서다. 입주자 모집공고에서 최고가는 8억9926만원이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비에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9억원은 물론 10억원까지 넘볼 정도로 분양가가 훌쩍 올라간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짓는 아파트 ‘힐스테이트 만촌역’(718가구) 얘기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만촌역'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400만원대로 대구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최고가 기준) 전용 84㎡의 경우 8억9926만원의 분양가가 나왔고, 전용 136㎡형에서는 13억5573만원이 책정됐다. 전용 65~84㎡의 발코니 확장비는 3000만원으로 동일하고, 136㎡A형은 4200만원에 달한다. 계약금은 20%인데다 중도금 대출은 불가능하고 자납으로 내야 한다.

대구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며 각종 부동산 규제를 받아왔다. 투기과열지구이자 청약과열지역이다.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를 받아왔다. 하지만 HUG가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하고 새 분양가 기준이 적용되면서 분양가가 수직상승했다.

HUG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책정기준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 제외)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의 최대 85~90%까지 분양가를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존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서 재개발·재건축에서 공급이 더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두고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강행됐고, 결국 대구에서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게 됐다.

부동산 관련 카페와 대구 청약자들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각종 비판과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가는 9억원이 넘지 않지만,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현대엔지니어링측은 공지를 통해 "아파트의 중도금 60%의 경우, 납부 일정에 맞춰 본인이 '직접 납부'해야 한다"며 "납부한 중도금 금액은 주택분양보증 대상에 포함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중도금 대출 알선을 사업주체 및 시공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본 분양가는 9억원을 넘지 않다보니 '특별공급'은 받는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특별공급이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힐스테이트 만촌역은 9억원을 간신히 넘기지 않다보니 아파트 658가구 중 172가구가 특별공급으로 배정됐다.

대구에서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 A씨는 "꼼수 분양가나 다름없다"며 "중도금 대출도 안되면서 특별공급은 받고 기준이 도대체 뭐냐. 대구 신혼부부 중에 중도금 대출없이 9억원에 아파트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금수저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B씨는 "학군하고 거리가 있는데다 초중고도 별로"라며 "완판(완전판매)은 되겠지만, 현금부자들만 청약할 수 있는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은 노후된 주거환경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동시에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 분양가도 상승하면서 '먼저 분양받는 게 무조건 낫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 지역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총 청약자 수가 39만5375명에 달할 정도였다. 아파트 평균 21.3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구는 아파트 분양 초기 시점의 총 분양 가구수 대비 계약 체결 가구수 비율을 나타내는 초기 분양률도 100%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의 민간 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2020년 2분기, 3분기, 4분기 등 3분기 연속 100%를 기록했다.

수성구에서는 전용 84㎡ 아파트가 지난해 15억원 거래가 나왔다.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15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에도 범어동을 중심으로 고가거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용 84㎡ 기준으로 범어동 경남타운은 지난 1월 17억7500만원에 거래가 나왔고, 빌리브범어도 1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입주한 힐스테이트범어는 이달들어 13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나왔고, 범어센트럴푸르지오 또한 13억3000만원에 지난 1월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힐스테이트 만촌역 주변인 만촌동에서는 만촌화성파크드림3차가 지난 1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분양 당첨이 곧 로또라는 인식이 있는데다 실수요자들도 청약에 가세하고 있다"며 "분양가 상승에도 청약자들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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