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3%룰로 주주 목소리 더 커진다…주주 관리 일상화 불가피”

입력 2021-03-29 10:06   수정 2021-03-29 13:22

≪이 기사는 03월26일(04: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3%룰 도입으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 시기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주주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정성엽 머로우 소달리(Morrow Sodali) 한국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룰이 적용되면서 이전보다 주주 제안으로 올라온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머로우 소달리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로 지배구조 개선, 주주 관여활동 대응, 인수합병(M&A), 채무 재조정 등 다양한 자문 서비스를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700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삼성전자, 대림산업, 신한금융지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 관여활동 대응자문, 해외 기관투자가 의결권 대리행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룰은 기업이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로 올초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됐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묶이게 되면서 지분율이 3%에 못 미치는 주주도 한층 커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특정 주주가 여러 개의 펀드를 통해 지분을 3%씩 쪼개서 감사위원 선임안건에 표를 행사하는 방법도 가능해졌다.

정 대표는 “이제는 경영진과 대주주의 생각대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일상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해 기업의 경영전략을 알리고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주총에서 뜻밖의 결과에 충격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주주 관여활동에 대한 자문 서비스가 갈수록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이 직접 여러 주주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다. 특히 외국어 자료를 따로 만들어 설명해야 하는 해외 기관들을 상대하는 데는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정 대표는 “해외 기관들은 한글로 작성된 공시의 세부 정보까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설명이 없다면 지배구조나 사업구조 재편과 같은 특별한 안건에 대해선 의결권 자문사 의견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이 자원을 최소로 투입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주총 안건을 검토해 효과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로우 소달리는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 금호석유화학이 해외 기관투자가들과 소통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금호석화는 최근 머로우 소달리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를 위임하고 있음을 공시했다.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의 주주 제안으로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 회장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박 상무는 이번 주총에서 주당 1만1000원 배당(보통주 기준)과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서 박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주당 4200원 배당(보통주 기준)과 배터리·바이오사업 진출 계획 등을 내놓았다.

정 대표는 “그동안 금호석화의 안건이 왜 주주가치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인지 설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며 “여러 해외 기관이 회사의 설명에 공감한 것이 결국 현 경영진의 안건이 모두 통과된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들어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폭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대형 기관들이 투자전략에서 ESG를 중요 평가항목으로 반영하면서 ESG가 단숨에 기업들의 핵심 경영사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주로 사외사이나 감사위원의 독립성 등 지배구조 이슈 정도에 신경 썼지만, 이제는 환경·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석탄 관련 사업을 중단한 삼성물산처럼 ESG 경영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기업의 사업재편까지 이끌어내는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실질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겉모습을 약간 바꾸는 데 그치는 기업이 많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내실보다는 형식적인 변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기업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세련된 방식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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