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짜 해명 남발하는 복지부

입력 2021-03-29 17:13   수정 2021-03-30 00:06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거짓말하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직업인으로서의 윤리관에 더해 행정고시를 통과한 엘리트로서 강한 자존심이 있어서다. 그런 공무원이 거짓말할 때 기자들에겐 ‘왜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최근 여러 언론 보도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반박자료를 볼 때도 이런 심정이 생겨났다. 옥외 주류 광고 금지와 관련된 본지의 지난 26일자 보도에 대한 복지부 대응이 단적인 예다. 당시 본지 기자는 복지부에 ‘업종과 규모에 상관없이 주류 광고판을 못 내거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여기에 담당자는 “주류 회사 브랜드를 간판에 넣는 경우는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복지부는 ‘자영업자의 소형 간판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는 요지의 반박자료를 냈다. 이는 복지부가 정책 의견 수렴 과정에서 관련 업계에 제시한 내용을 살펴 보더라도 명백한 허위다.

18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조정을 논의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국민연금은 26일 기금운용위 안건으로 해당 내용이 포함됐음을 예고했고, 실제로 당일에 논의가 이뤄졌다.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내부 의사결정을 세세히 챙기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러 사실과 다른 반박자료를 배포했다고 판단된다.

1월에는 담뱃값과 관련해 똑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여러 매체는 ‘정부가 담뱃값을 2030년 8000원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련 정책 방향을 복지부가 발표하며 담당자가 “2030년 담배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은 정해진 바 없다’는 반박자료를 돌렸다.

해당 정책들은 모두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도된 정책 방향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았다는 점도 같다. 복지부의 정책 추진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비판이 빗발치면, 해당 기사를 오보라 주장하며 없었던 일인 양 포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복지부 장관 교체에 따른 변화라는 설명도 나온다. “대선 캠프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전임 장관과 달리, 현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청와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염병 대응 정책은 차치하고라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물론 대표적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도 관할하고 있다. 그 같은 무게에 걸맞은 정직성과 책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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