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바텐더는 ‘바’라는 무대 위의 배우라고 생각해요” 서정현 장생건강원 오너 바텐더

입력 2021-03-31 15:21   수정 2021-03-31 20:42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논현동에 위치한 영동시장에는 특별한 '바'가 있다. 전통주로 만든 칵테일을 연구하고 선보이는 서정현 바텐더가 운영하는 장생건강원이다. 시장 상인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한국에서 난 재료와 술로 칵테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는 장생건강원에서 서정현 바텐더를 만났다.



서정현(31) 장생건강원 오너바텐더
수상경력
2018,Jameson Bartenders Ball Top1 Winner
2018,Jameson MIXMASTER Global competition Top 4
2019, Patron Cocktail Competition Top2
2019 , Pisco cocktail competition Finalist 이외 다수
HwayoCocktail Championship 2020 , Judge


바텐더가 되고 싶었던 계기가 있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빨리 시작해서 평일에는 바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웨딩스냅 촬영을 했다. 호텔경영학과를 다니긴 했지만 바텐더나 바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교수님 추천으로 파크하얏트 서울에 면접을 보러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굉장한 기회라는 걸 몰랐다. 실제로 파크하얏트 서울 ‘더 팀버 하우스 바’에 들어갔을 때에야 바의 매력을 알았다. 바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바텐더를 보고 ‘이곳이 무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 위에서는 내가 배우이고,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를 직접 느끼고 바텐더를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했다.”

호텔 바텐더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나
“바텐더는 오픈 호텔을 제외하고는 거의 상시 채용이다. 기존 바텐더가 퇴사하면 T.O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호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호텔 당 근무하는 바텐더는 1~3명 정도 된다.”



창업은 어떻게 마음 먹었나
“이전에는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근무했다. 당시에는 헤드 바텐더, 즉 호텔 전체의 음료를 담당하는 최연소 관리자였다. 대리 급에 과장 대우를 받는 유망주였다.(웃음) 충분히 좋은 기회였지만 계속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리더로서 팀을 이끈 경력도 인정받았고, 팀 경영 관리에 대한 경험도 해봤으니 내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룰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함께 일하던 윤상엽 씨와 나와서 공동으로 창업을 했다.”

일반 로드 바로 나와 보니 어떤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받았을 듯한데
“처음 든 생각은 울타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힘든 점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매출에도 물론 영향을 미쳤다. 장생건강원은 직원이 6명이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서 대표 2명은 현재 무급 상태다.(웃음) 하지만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로서 장생건강원이 성장했으면 했기 때문에 실패는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게의 테마가 특이하다. 장생건강원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장생건강원은 실제로 시장에서 20년간 운영되던 건강원의 이름이다. 간판도 자리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가게 준비 후 마지막으로 간판을 떼려던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통주와 슈퍼푸드의 조합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예 건강원 컨셉으로 가게를 시작하게 됐다. 전통과 가장 가까운 시장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시장과 상생, 공생하기 위해 영동시장에 자리 잡았다.”

가게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고
“처음 손님이 들어오시면 6시간 끓인 헛개수와 말린 과일, 카사바 등을 기본 안주로 제공한다. 컨셉인 건강원에 충실한 서비스다. 그리고 꾸준히 주변 상인 분들과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한다. 예를 들면 근처 가게의 재료를 사서 칵테일을 새로 개발하거나, 함께 안주로 내놓는 등의 프로젝트다.”

상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사실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바’가 가진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았다. 여러가지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다. 시장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왔다. 계속해서 콜라보레이션도 제안하고 있어 바라보는 시선들은 많이 긍정적으로 바뀐 편이다.”



조선 셀렉션, 서울 셀렉션 등 대표 칵테일에서 전통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남산, 광화문, 경복궁, 동대문으로 구성된 ‘서울 셀렉션’은 JW메리어트 호텔 근무 당시 만든 작품이다. 전통주는 6년 전까지만 해도 소주 정도로 한정돼 있었다. 세계 대회를 나갔을 때 다른 국가 대표가 ‘왜 한국의 술인 소주를 써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술을 가지고 우리 멋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전통주 칵테일이다.”

새로 메뉴를 개발하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시행착오는 별로 없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실제로 칵테일로 표현해 내는 과정은 늘 즐겁다. 그렇게 재현하는 부분에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자신 있는 과제는 ‘주어진 재료로 제한 시간에 칵테일을 만들어내라’와 같은 것이다.”

바텐더를 준비하는 주니어에게는 대회가 필수적인가
“바텐더의 삶에 있어서는 대회가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경력이 많을 수록 좋긴 하다. 대회는 자신만의 한계를 체험해보거나, 다른 바텐더와의 교류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텐더로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다. 대회 타이틀 자체가 새로운 명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바텐더 대회는 수입사 주최가 많기 때문에 관련된 주류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회 경험, 수상 경험이 많은데 대회 준비 팁이 있다면
“원서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대회가 시작되면 대회 원서가 나온다. 원서에는 주의할 점, 심사 기준 등이 꼼꼼하게 명시돼 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를 꼼꼼히 읽지 않는다. 명시된 기준에 따라서 평가를 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입장에서 대회를 준비해야 입상할 확률이 높아진다.”



판매 중인 칵테일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Tomyam(똠얌)’이다. 타이음식인 똠얌꿍은 똠(???)은 끓이다, 얌(??)은 타이식 샐러드, 꿍(????)은 새우라는 뜻이다. 판매 중인 칵테일에는 새우가 들어가 있지 않아 똠얌으로 끝난다. 똠얌 칵테일은 슈퍼푸드를 베이스로 해 버블감 있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칵테일 안에서 Glocal, Light, Green theme, Home-Grown, Instagrammable 등 전세계 칵테일 트렌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장생건강원 이웃가게인 반피차이(오빠네) 라는 유명 태국 음식점과 콜라보해 시장상권에 활력을 넣고자 했던 시도까지 엿볼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힘들지는 않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지는 않다. 물론 짓궂은 손님들도 있었다. 대부분 직업을 얕잡아 보는 평가로 이뤄진다. 워낙 많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처를 하는 편이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상처는 받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바텐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을 꼽는다면
“첫 번째는 캐릭터다. 바텐더가 손님을 이끌기 위해서는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인성이다. 술을 다루는 직업 특성상 바텐더에게는 유혹이 많다. 화려한 모습과 입담 등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산 후 개인의 사심을 채우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장생건강원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인성을 판단한 후에야 실력을 본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 그런 부분이 중요한 역량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텐더 업계 시장 전망은 어떤가
“솔직히 말하면 암흑기다. 코로나19는 기존에 인간이 하던 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만들었다. 음식도, 음료도 인공지능이 만들 수 있는 정도로 기술은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바텐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쉐린 가이드처럼 ‘미식’의 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바텐더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FNB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국내 재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재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폭넓은 바텐딩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호텔이다. 호텔에서는 일상적으로 다뤄보지 못하는 식재료를 다루기 때문에 견문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콘텐츠, 테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직원들에게도 항상 다른 것을 배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바텐딩과 상관없는 다른 것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Asia 50 best bar에 드는 국내 최고 바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주최 국가가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외국이라 코로나19 이후 직접 가서 소개를 하며 가게를 알리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저희 브랜드를 많이 알리는 것이다. 2호점도 오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프로그램에 꼭 나가보고 싶다.(웃음)”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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