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유세'

입력 2021-03-31 17:53   수정 2021-04-01 00:26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 때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DJ(김대중)와 YS(김영삼) 유세엔 각각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당시엔 군중 동원이 정치인들의 ‘세(勢)’를 과시하는 대표적 수단이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도 역 앞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꼭 10년 뒤인 1997년, 15대 대선 때 첫 TV토론이 도입됐다.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세 후보가 세 차례 공방을 벌였다. 시청률은 무려 56%에 달했다. 이후 TV토론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필수 코스가 됐고, 대규모 청중유세는 점차 줄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선 유세 수단이 다양해졌다. TV광고가 등장했고, 요즘은 유튜브나 SNS를 빼고는 선거전을 말하기 어렵다.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손안의 모바일기기에서 후보들을 만난다. 과거 대중유세가 후보자 중심이었다면 좀 더 유권자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수십 년간 변치 않은 것도 있다. 후보자들의 사진과 기호, 약력이 새겨진 선거벽보와, 집집마다 우편으로 배달되는 선거 공보물이 그렇다. 후보자 유세차량도 선거 때마다 등장한다. 선거벽보는 1954년 3대 국회의원 선거 때 처음 등장했다. 요즘은 벽보를 보며 후보를 고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선거 때면 지정장소에 붙는다. 한 가지 효과는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출마했구나’ 하며 군소정당 후보들의 얼굴을 한번쯤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엿새 앞이다. 후보들은 지하철역과 시장 등을 부지런히 돌며 지지를 호소한다. 유세차량 스피커도 요란하다. 하지만 열기와 집중도는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코로나 탓도 있고, 이미 찍을 후보를 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유권자 감성에 호소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놓지 못한다. 아직 온라인에선 소위 ‘바람’이랄 게 없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디지털은 ‘기본’, 아날로그는 ‘선택’이 돼가고 있다. 쇼핑은 ‘쿠팡’이 대세고, 젊은이들은 시위조차 ‘드러눕기’ 이모티콘을 활용한다. BTS의 신곡 발표가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공간(메타버스)에서 이뤄지는 현실이다. 선거에서도 이젠 모바일기기가 광장이요, 역 앞이다. 조만간 유권자 아바타들이 가상공간에서 후보 아바타를 만나 연설을 듣고 투표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박성완 논설위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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