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말레이시아 경찰과 공조 수사를 펼쳐 국제마약밀매단 조직원 13명을 현지에서 검거하고, 필로폰과 케타민 등 도매가 50여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원활한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마약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평가다.
1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는 지난달 초순 말레시이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마약 첩보를 입수한 한국 검찰과 세관은 주요 정보를 제공했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조직원들 검거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들어 국제특송화물 등을 이용한 말레이시아발 필로폰의 국내 반입이 16.4㎏으로 증가하는 등 마약 밀수입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세관과 공조해 말레이시아발 우편물의 검색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 경찰에 국내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발송인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우리 대검철창 측에 범죄 첩보를 제공해준데 대한 감사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수사기관의 성공적인 이번 공조 수사는 말레이시아 현지 주요 언론에도 보도됐다.
검찰은 마약류의 국내 유입을 사전 차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13명 중 1명은 최근 인천지검이 지난 1월 적발한 필로폰 8.2㎏과 청주지검이 지난 2월 적발한 필로폰 7.6㎏의 발송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관계자는 “조기 검거되지 않았을 경우 국내에 해당 조직이 뿌리를 내려 추가 범행 우려가 컸다”며 “마약이 일단 반입되면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돼 통제가 극히 어려운 만큼, 국내유입 전 단계에서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마약류의 국내 반입 경로와 수법은 다변화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국내 필로폰 밀수입은 중국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7~2018년 대만, 2018년 하순~2019년 하순은 말레이시아, 지난해는 미국, 올해는 말레이시아 등으로 밀반입 경로가 계속 변하고 있다.
종래에는 속칭 ‘지게’라 불리는 운반책이 신체나 속옷 안에 마약을 숨겨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이동이 어려워지자, 국제특송화물이나 국제우편(EMS) 등을 통해 의류나 식료품 내부에 교묘히 위장해 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