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치솟는 골프장 몸값..."승자의 저주 조심" 경고

입력 2021-04-02 13:49  

≪이 기사는 03월25일(13: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경기도 소재 18홀 골프장 사우스스프링스CC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1900억원에 팔리자 업계에서는 "홀당 최고가를 경신했다"며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 등과 같은 골프장 원매자의 간택을 받기 위해 오버베팅하는 마스터리스(위탁) 운영사들에게 ‘승자의 저주’ 경계령을 내놓을 정도다.

◆"골프장 몸값, '홀당 가격' 말고 '캡 레이트' 봐야"

딜로이트안진의 골프장 자문팀 프로젝트매니저인 김영석 이사(사진 오른쪽 두번째)는 25일 "골프장의 밸류에이션(가치)을 표현할 때 '홀당 얼마'라고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안진 골프팀은 국내 회계법인들 가운데 최초로 골프장 자문을 시작했다. 진현식 파트너를 필두로 김영석 이사 등 5명으로 구성돼있다. 최근 골프존카운티 화랑 매각주관을 진행하는 등 최근 5년새 20건에 달하는 골프장 M&A 자문을 수행해오고 있다. 골프장 재무분석 자문의 경우에도 스카이72 기간만료 관련한 경제성 분석 자문 등 17건에 달한다.

김영석 이사는 "수도권에 인접한 골프장과 지방 골프장은 엄연히 여건이나 객단가가 다르고 설계 및 퀄리티에도 차이가 있는데, 일괄적으로 '홀당 얼마'라고 단순 비교를 해버리면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일으키게 된다"면서 "홀당 가격이 아니라 '캡 레이트(cap rate·자본환원율)'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캡 레이트란 부동산 임대수익에서 각종 경비를 뺀 임대 순이익을 부동산 매입금액으로 나눠서 산출하는 지표다.

김 이사는 "최근 골프장 인수합병(M&A)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3~4년 전 9%에 달했던 골프장 캡 레이트가 최근 5%대 초반으로 떨어졌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만큼 근래에 골프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져서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 골프장을 사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골프장 '비싼 매물'된 배경… '승자의 저주' 경계령

김 이사는 "몇년 전부터 강남권 오피스의 캡레이트가 4% 밑으로 깨진 사례가 나오자 기관투자자들이 (예전엔 구조조정 등이 잇따르는 불완전 자산으로 여겼던) 골프장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게 골프장 몸값을 높이는 출발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낮은 금리로 선순위 대출금을 조달하면서도 요구수익률은 높지 않아서, 이들의 자금을 출자받은 재무적투자자(FI·자산운용사 혹은 사모펀드운용사)가 골프장 가격을 더 높게 부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골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온 점,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골프장 방문객이 늘어난 점 등도 골프장이 '비싼 매물'이 된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김 이사는 여기에 더해 골프장 마스터리스(위탁) 운영사들이 증가한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지적했다. 골프장 운영사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사업장을 관리할 수록 이득이다.

그는 "최근들어 일부 운영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버베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사들은 골프장 인수희망자인 FI측과 최소운영수입보장 계약(MRG)을 체결하는데, 이때 운영사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너무 높은 가격의 MRG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과거 골프존카운티 등과 같이 신용등급이 높은 운영사가 얼마 없던 시절엔 골프장 원매자들이 MRG가 낮아도 그앞에 줄을 섰지만, 지금은 운영사들이 많아지면서 전세가 역전됐다"면서 "지금 골프장 몸값이 매출이 꼭짓점이라면 (FI는 상관이 없겠지만) 오버베팅했던 위탁운영사는 '승자의 저주'에 사로잡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골프장 공시지가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인상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김 이사는 "세금 등 비용을 운영사가 부담하는 '앱솔루트 트리플 넷(Absolute Triple Net)' 방식의 계약을 맺은 경우 특히 더 큰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골프장 몸값 지금이 정점일까?… "개발가능 유휴부지 있다면 추가상승"

그는 다만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골프장 가격이 정점인지는 골프장 상태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사이드(상승여력)가 남아 있는 골프장의 경우 몸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사이드가 많은 골프장으로는 △개발 가능한 유휴부지를 갖고 있거나 △현재 회원제로 운영되고 잇어서 대중제 골프장 전환 가능성이 있거나 △야간영업 인허가가 가능하고 야간영업 수요를 채울 수 있는 인접도시가 있거나 △비경상적인 관리비용이 많이 들고 있거나 △타 골프장에 비해 객단가가 현저히 낮은 골프장 등을 꼽을 수 있다.

김 이사는 골프장 객단가가 향후 5년이상 유지될 거라는 점을 전제로 볼 때 "재무적투자자(FI)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조달비용이 계속 낮고 펀드 만기를 연장해도 배당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투자자(SI)의 경우 시중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골프장 매물을 찾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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