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뒤집자" vs 오세훈 "지키자"…'텃밭' 찾아 勢몰이

입력 2021-04-04 17:53   수정 2021-04-05 01:17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보궐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4일 각자의 지지세가 강한 ‘텃밭’을 찾아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회와 성당 방문으로 종교계 공략에 나선 데 이어 민주당에 우호적인 노원구, 도봉구에서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자신이 시장 재임 시절 건설한 반포동 세빛섬을 찾아 실적을 강조하며 ‘굳히기’ 전략에 나섰다. 7일 본투표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돌출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양쪽 모두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샤이 진보’ 결집 나선 朴
박 후보는 부활절을 맞아 구로동 베다니교회 예배,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유세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진심이 거짓을 이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적었다. 오 후보가 내곡동 처가 땅 ‘셀프 특혜’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하고 있다고 에둘러 공격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강조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거짓말 후보라는 프레임은 오 후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거짓말하는 사람이 시장이 되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지 않냐”고 공세를 펼쳤다.

박 후보는 이날 유세지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를 선택해 막판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여론조사상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을 위해선 이른바 ‘샤이 진보’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샤이 진보가 정확히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어제(3일) 하루만 해도 제게 작은 목소리로 ‘1번 찍었다’고 조용히 얘기하고 가신 분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응답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던 지지층이 결집해 투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전략을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오 후보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중대한 구상’이 뭐냐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진 의원이 “오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또 ‘중대 구상’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박 후보는 중대 결심에 대해 “저와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대 결심이 자신의 사퇴가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박 후보는 “내가 왜 사퇴하냐”며 “사퇴 전문가는 따로 있지 않냐”고 2011년 시장 자리를 자진해 내려놓은 오 후보를 비판했다.
세빛섬 찾아 ‘실적’ 강조한 吳
국민의힘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코너에 몰린 민주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대 결심’을 언급하고 거짓말 프레임을 강조하는 등 강경 카드를 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듯하다”며 “협박 정치를 멈추라. 그래봤자 지지율 안 오른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 캠프의 중대 결심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내곡동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오 후보는 “박 후보 캠프가 주장하는 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세빛섬 인근 한강변을 걸으면서 자신의 실적을 언급하며 ‘일 잘하는 후보’ 이미지를 강조했다. 세빛섬은 오 후보 시장 재임 시절에 건설된 인공섬이다. 오 후보는 “세빛섬을 만들면서 오해도 많았고 비판도 많았지만 이제는 잘 정착돼 세빛섬을 찾은 누적 인원수가 1000만 명이라고 한다”며 “서울시 전역에 지금까지 조성한 한강변, 연트럴파크 등과 같은 곳을 많이 만들어 서울 시민들이 산책하고 뛰실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는 이날 야당 지지도가 높은 서초구와 송파구를 찾는 등 ‘승세 굳히기’ 전략에 들어선 모습을 보였다. 오 후보는 택시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택시업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혁신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택시업계 혁신 방안 중 하나로 버스·지하철·택시 간 환승할인제 도입이 거론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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