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의 반란과 '이여자'의 이탈…서울시장 당선 갈랐다

입력 2021-04-08 16:16   수정 2021-04-09 16:06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자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린 데는 20대 남성의 여당에 대한 압도적 비토(반대)와 20대 여성의 이탈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젠더 이슈'와 '공정 이슈'가 이들을 돌아서게 했다는 분석이다.
젠더이슈·공정이슈에 분노한 20대 남성
전날 KBS 출구조사에 대한 연령·성별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2.2%에 불과했다. 모든 계층중 최하위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하다고 알려진 60세 이상의 남성(28.3%), 여성(26.4%)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다만 이들의 반대는 '보수지지'가 아닌 '반정부여당'의 결과라고 봐야한다는게 20대 남성들의 설명이다. 7일 신촌에서 만났던 24세 대학생 오모씨는 "국민의힘이 좋은게 아니라, 20대 남성을 무시하는 민주당이 싫은것"이라며 "말로만 페미니스트를 외치며 우리를 억압하면서도, 뒤로는 성추문을 저지르는 모습에 누가 지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취업난, 집값 급등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공정함에 민감해진 이들 세대들이 부동산 투기 등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당의 행태에 더욱 분노했다는 해석도 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27세 취준생 노모씨는 "취업공부를 하다가 LH사태나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뉴스를 봤을때 허탈하더라"라며 "열심히 노력해 취업해서 200~300만원씩 버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싶더라"고 말했다.

오세훈-안철수 등 주자들의 '합리적 보수'의 모습이 반정부여당 색채의 20대 남성들의 '반사이익' 표를 흡수 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한 29세 남성은 "지난 총선처럼 황교안 전 대표와 전광훈 목사 등이 전면에 있었으면 보수를 찍을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젠더정책'에 실망한 20대 여성
20대 여성의 경우에도 지난 총선과 비교해 빠른 이탈세를 보였다. 이번 보궐선거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44%였다. 여전히 적지 않은 지지세였지만 불과 1년전 21대 총선에서 20대 여성의 63.6%가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하락세다.

오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40.9%에 달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율은 25.1%에 불과했다. 말로만 '젠더정책'을 강조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이 지지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촌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이모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태에 실망이 컸다"면서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당 지지 의사가 있었는데, 이후 민주당의 태도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기타 후보에 대한 15%에 달하는 지지에도 주목한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공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신지예 무소속 후보, 송명숙 진보당 후보등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전 계층에서 기타 군소 후보 지지가 10%를 넘는 계층은 20대 여성이 유일하다.

민주당에서 빠르게 이탈한, 그 중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으로는 가지 못한 지지가 페미니스트를 표방하는 군소후보들에게 향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득표 결과를 봐도 네 후보는 총 1.78%, 득표수로는 87360의 표를 얻었다.

아이러니 하게 젠더이슈가 20대 남성과 여성을 모두 돌아서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20대 남성은 '정부 젠더정책에 의한 역차별', 20대 여성은 말만앞선 '정부 젠더정책의 허상'을 통감하며 돌아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갈라치기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태 등으로 20대 여성을 실망시켰고, 또 정부가 젠더에 관한 성평등 문제 등에서 제대로된 개선을 내놓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박 후보 역시 여성후보임에도 젠더 문제에 대해 뚜렷할만한 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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