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우물 안 개구리들만 고른 잘못

입력 2021-04-08 18:09   수정 2021-05-06 15:33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체를 정확히 깨닫는 데 4년 정도 걸린 것 같다. 4년 전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지금과 크게 달랐다.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휘둘려 내팽개친 국정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잡을 것으로 여겼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1%의 득표율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문 정부는 허겁지겁 출범했지만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대다수 경제학자의 반대에도 ‘아마추어 좌파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래도 국민들은 기대를 멈추지 않았다. 아마추어 좌파 경제정책의 첫 번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부터 볶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고용이 안정되고 급여가 높아져 좋아질 것이란 순진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이어진 정책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두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가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도록 만들었고, 주 52시간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채용을 줄이도록 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청년층이 고통을 겪다보니 국민 사이에 “어, 이건 아닌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 정부는 그나마 부작용 줄이기에 나서 다수의 국민이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국민들이 폭발한 것은 부동산정책이다. 25번의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천정부지로 오르자 문 정부가 무능한 줄로만 알았다. 공급은 외면하고 규제와 세금을 무기로 수요 억제만 하는 ‘고집불통 정부’로 생각했다. 하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터지자 ‘부패 정부’이며 ‘내로남불 정부’라는 것을 명확히 깨닫게 됐다. 그 결과가 4월 7일 서울과 부산 등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고위 공직자와의 대화는 문 정부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해 줄 것 같다.

“노무현 정부에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까?”

“별로요? 전혀 인정을 못 받았어요. 오히려 미움을 샀죠.”

“어떤 일이 있었나요?”

“청와대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회의석상에서 의견을 표시할 일이 있었어요. 나름 최선을 다했죠. 그런데 마치고 나니 대통령 얼굴이 벌게져 있더라고요. 대통령께선 ‘앞으로 내 앞에서 영어를 쓰지 말라’고 하셨고요. 자신을 무시하려는 것이냐면서요.”

“그다음엔 어떻게 됐습니까?”

“시간이 좀 흘렀는데 대통령 계신 자리에서 누가 의견을 물어보길래 외국 얘기를 좀 했어요. 대통령이 아예 외면하시더라고요.”

“그래서요?”

“다음부터는 완전히 왕따를 당했어요. 참담한 기분이었죠.”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요?”

“노무현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우물 안 개구리들만 쓰는 것은 완전히 똑같죠.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 것 같아요.”

문 정부에 등을 돌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했다. 우물 안 개구리들이 관료의 말을 들을 리 없고, 인사 실패가 부동산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실명으로 조국 초대 민정수석을 거론했지만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등 이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들을 한 묶음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 정부의 우물 안 개구리들은 특징이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이고 강남 부자다. 이념이 우선이고 현실은 뒷전이다. 자신과 동료들에겐 관대한 잣대를, 공무원 등 남에겐 매서운 잣대를 들이댄다.

문 정부엔 이제 1년의 시간만 남아 있다. 경제는 끝없는 실험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우물 안 개구리들을 버리고 제대로 된 인재를 써야 한다. 그래야 4년간 망가뜨린 경제를 조금이나마 복구할 수 있다.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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