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중고차, 완성차 막는 게 능사?

입력 2021-04-10 08:00  


 -인증 중고차 제도의 두 얼굴
 -중고차업계 vs 완성차, 일자리 두고 충돌

 국어 사전이 풀이한 '인증(認證)'의 뜻은 '어떠한 문서나 행위가 정당한 절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공적 기관이 증명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인증'이라는 용어를 중고차 앞에 넣으면 해당 차종을 판매한 기관의 정당한(?) 검수를 통과한 제품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꼼꼼한 검사를 했다는 이유로 시세보다 가격은 높게 책정된다. 

 인증 중고차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은 수입차 업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인증'이 가진 단어의 신뢰성에 기반한 변형 수익이다. '인증'이라는 말이 새 차 가격의 탄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새 차를 팔 때 소비자 반응이 별로 없으면 공격적 할인을 통해 구매를 늘린다. 이후 시간이 흘러 판매된 차가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비교적 잔존가치가 높은 제품을 사들인 후 '인증'이라는 검수를 거쳐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는다. 기본적으로 중고차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다는 점을 활용해 '인증'으로 신뢰를 높이고 동시에 비싸게 판매함으로써 새 차 팔 때 놓쳤던 수익을 보전한다. 이른바 '수익 보전의 법칙'이 적용되는 대목이다. 새 차 판매 확대는 물론 중고차의 잔존가치 보존, 그리고 수익이 동시에 확보되는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수입차 판매사들이 앞다퉈 인증 중고차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수입차는 인증, 국내 중소 완성차는 불가
 그런데 수입차업계가 인증을 활발히 활용할 때 국산차는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중고차업계 보호를 위해 제도적으로 막아 놓은 탓이다. 하지만 여기서 장벽의 대상은 현대기아차에 집중됐을 뿐 나머지 3사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아 이들이 뛰어들 경우 중고차업계의 존립이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곳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차 등의 국내 3사다. 덩치 큰 현대기아차는 그렇다 해도 이외 나머지 3사는 규모도 크지 않은 데다 국산차라는 이유로 인증 중고차를 시행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산차 3사가 완성차의 중고차 진출을 역차별로 읍소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기본적으로 수입차가 이들 3사의 국내 판매보다 많아서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27만4,000대였던 반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3사는 26만6,000대에 그쳤다. 국내에 제조 기반을 가진 완성차 3사의 판매가 수입차 전체보다 낮음에도 수입차는 활발히 전개하는 인증 중고차를 이들은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거대 완성차기업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일괄적으로 막는 것은 오히려 국내 완성차 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을 얻는다. 정부가 미래 친환경차 로드맵을 제시하며 완성차업계의 동참을 요청하는데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3사는 시장에서 잔존가치 향상을 통해 수익을 만들 수 없으니 친환경차 전환에 따른 투자 여력이 확대되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다시 친환경 속도를 늦춰 경쟁력 약화는 물론 새 차 판매 부진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생산 현장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중고차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완성차 3사의 일자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의 중고차 논란은 엉뚱하게 '정치 vs 산업'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중고차업계를 보호하자는 논리는 표심을 고려한 정치적인 주장인 반면 산업계는 국내 제조 산업의 기반을 우선하자는 분위기다. 둘 사이의 상관 관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정부가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사안이다. 중고차업계와 완성차 3사의 일자리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결국 이제는 완성차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한 결론을 내자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 부문의 일자리 감소와 중고차 판매사업자의 일자리, 어느 쪽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 정부가 결정을 하라는 목소리다. 필요하면 판매 규모에 따라 진입 시점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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