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하려면 멀티호밍을 통제해야죠

입력 2021-04-12 09:01  


플랫폼 비즈니스의 힘은 네트워크 효과에서 비롯된다. 네트워크 효과란 반복적인 자기 강화적 피드백으로, 플랫폼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만들어 내는 힘을 의미한다. 지난 30년간 특정 기업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힘의 중심에는 언제나 네트워크 효과가 있었다. 윈도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SNS 분야의 페이스북, 온라인 경매의 이베이, 마이크로블로그의 트위터, 숙박공유의 에어비앤비, 온라인 쇼핑의 알리바바 모두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효과와 플랫폼의 위력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특정 플랫폼의 이용자가 늘거나 앱 또는 디지털 콘텐츠가 증가하면 다른 이용자와 콘텐츠를 끌어들여 해당 기업의 가치가 증가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빨라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1970년대 초 이더넷이라는 로컬 네크워크를 창시한 발명가 로버트 메트칼프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연결되는 접점 수와 같다고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n개의 접점이 있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n(n-1)/2로 표현된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n=2)이 있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1, 10명은 45, 100명은 4950으로 급증한다. 네트워크의 가치가 이용자 수 증가에 선형적으로 비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기하급수적인 특징으로 인해 플랫폼 비즈니스는 단기간에 급격하게 팽창할 수도, 쇠퇴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
멀티호밍으로 약화되는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의 위력을 높여주는 강력한 요인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네트워크 효과가 반드시 높은 시장 점유율과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멀티호밍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의 위력은 약화될 수 있다. 멀티호밍이란 소비자가 복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경쟁이 반가운 기업은 없다. 특정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은 고객이 숙소를 대여하고, 차량을 빌리고,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자사의 플랫폼만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를 원하지만, 소비자는 여러 개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이득을 누리고 싶어 한다. 트위터 이용자가 대표적 사례다. 트위터 이용자는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분야의 소통을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트위터의 수입 감소로 나타난다.

저가 정책도 멀티호밍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낮은 가격은 분명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지만, 멀티호밍을 부추겨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요인이 되기도 하다. 콘솔 게임 시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용자 확보를 통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 소니는 각각 자사의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와 위(Wii),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을 원가에 가깝게 팔기로 결정했다. 콘솔 게임은 기기별로 게임 호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정 게임기를 구입해야 한다. 값이 낮아지자 이용자들은 다양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두 개 이상의 게임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어떤 기업도 비디오 게임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멀티호밍이 존재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반드시 높은 시장 점유율이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플랫폼 비즈니스
오늘날 최고의 가치를 뽐내는 기업이 모두 디지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디지털의 속성으로 대규모 연결이 가능해지고, 디지털 기술은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2012년 약 900만 개의 앱과 웹이 페이스북을 통해 접속 가능했고, 이렇게 얻은 이용자 데이터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져 추가 구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에 활용됐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 디지털 세계에서 소비자는 일상에 필요한 대체물을 거의 무료로 쓸 수가 있게 되면서 멀티호밍은 더 쉬워지거나 아예 필요가 없어졌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경쟁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별다른 노력과 비용이 들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과 2014년 왓츠앱을 각각 10억달러와 190억달러에 인수한 이유다. 반면 멀티호밍이 아예 사라진 분야도 있다. 온라인 상거래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교한 데이터 분석으로 개별 사용자에 맞춘 추천과 혜택을 제공해 미국 온라인 구매자의 50% 이상은 아마존만을 이용한다.


디지털 기업이든 전통 기업이든 기업은 경쟁사보다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윤이 발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속 가능한 이윤 창출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디지털 전환시대 경쟁의 차원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속성을 이해할 때 역동성과 화려함으로 포장된 디지털 경제 이면에 놓인 진정한 변화상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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