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왕처럼 놀아볼까” 119년만에 빛보는 국립국악원 ‘야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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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09 15:46   수정 2021-04-09 15:48

“오늘 밤은 왕처럼 놀아볼까” 119년만에 빛보는 국립국악원 ‘야진연’


학으로 분장한 무용수 두 명이 날개짓을 한다. 거문고 연주가 고요하게 이어진다. 박을 접고 장구를 타자 정제된 선율이 흐른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무대 양 옆에 설치된 연꽃이 펼쳐진다. 공연장 분위기가 달라진다. 청중들이 무대에 빨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8일 국립국악원이 선보인 '야진연' 리허설 무대 중 학무연화대무 한 장면이다.

국립국악원이 9일부터 14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조선시대의 궁중무용 '야진연(夜進宴)'을 선보인다.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아 내놓는 첫 작품이다.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합심해서 무대를 꾸렸다. 무대미술가인 조수현 감독이 연출에 나섰다.

야진연은 1902년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기로소(耆老所·조선시대 원로들을 위해 설치된 기관)에 '입소'하기 전 황태자 순종이 아버지께 선사했던 진연(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궁에서 펼쳐진 잔치)이다. 고종이 기로소로 떠나지만 왕위를 물려주는 건 아니다. 기로소는 나라의 웃어른을 공경하려 세워진 공적기관이다. 입소하는 것 자체가 큰 영예였다.

국립국악원은 병풍인 '임인진연도병'에서 공연 아이디어를 얻었다. 과거를 고증해 무대에 옮기려 의례를 줄였다. 궁중무용 12종목을 6종목(제수창, 장생보연지무, 쌍춘앵전, 헌선도, 학연화대무, 선유락) 추려 선보인다. 선유락을 추는 무대에선 BTS 멤버 슈가를 통해 널리 알려진 '대취타'의 원전을 감상할 수 있다.

유정숙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궁중무용의 정수만을 고른 것"이라며 "담백하면서도 절제된 안무가 돋보이는 학무연화대무, 자연을 본 뜬 춘앵전 등 한국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선 연출을 맡은 조수현 감독의 미학이 돋보인다. 무대 형상은 복숭아 형태를 본떴다. 무릉도원을 은유하기 위해서다. 오방색이 활용된 한복과 소품을 통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다. 조 감독은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공연이다. 고종과 순종의 관계를 무릉도원이란 소재를 통해 재해석하려 했다"며 "무용이지만 서사를 통해 부자지간의 드라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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