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급식' 학생이 거부할 권리는 없는가

입력 2021-04-11 17:58   수정 2021-04-12 00:49

서울 초·중·고교 학생은 이달부터 한 달에 두 번 ‘채식 급식’을 먹어야 한다. 서울교육청의 방침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 SOS! 그린 급식 활성화 기본계획’을 일선 학교에서 시행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인 만큼 채식을 실천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교육 현장에서도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학생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겠다는 것이다. 울산교육청도 지역 학교에 정기적인 채식 급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럴듯한 취지와 달리 시행방안은 다분히 강압적이다. 서울교육청은 채식 급식을 추진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고기를 먹고 싶은 학생도 한 달에 두 번 무조건 채식을 해야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식(食)’의 선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소지마저 있다. 아이들에게 채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 거부할 권리 역시 있어야 한다. “성장기 학생은 대체적으로 육식 선호도가 높다”는 게 대다수 교사의 얘기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침을 거르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급식에 열량이 높은 고기를 꼭 넣어달라’고 당부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현장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인의 채식은 취향이기에 존중해야 하지만, 성장기인 학생들은 식물성 영양소만 섭취하다 보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부 등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대안이 있지만, 육류보다 상대적으로 흡수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육류 없이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해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육식이 탄소 배출을 늘린다’는 전제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축산업이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은 학계에서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반추동물인 소는 되새김질을 하면서 방귀나 트림을 통해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만 닭 오리 등 가금류는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화학비료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현대 농경이 환경을 해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바나나 팜 아보카도 등을 재배하기 위해 파괴되는 열대우림 면적도 상당하다. 채식 의무화는 학생들에게 ‘육식은 무조건 나쁘고 채식은 올바른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전에도 자율형 사립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수차례 논란을 빚었다. 이번 채식 급식안도 마찬가지다. ‘진보 교육감’을 자처한다면 교육 정책만 진보적으로 내놓을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부터 보여야 하지 않을까.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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