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생상품에 몰리는 개미들…키움證, 작년 수수료 1200억 '대박'

입력 2021-04-13 17:30   수정 2021-04-14 16:26

지난해 증권사들의 해외파생상품 수탁수수료가 사상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위험 상품인 해외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와 이를 유치하려는 증권사들의 마케팅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중에서도 키움증권은 해외파생상품 수탁수수료가 큰 폭으로 늘어 해외주식거래 수탁수수료를 뛰어넘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합법적인 도박판이 벌어진 것”이라며 해외파생상품 거래 급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수료 171% 늘어난 키움증권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파생상품 수탁수수료 수입이 있는 12개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 합계는 지난해 3392억원으로 전년(2058억원) 대비 64.8% 급증했다. 해외파생상품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거둔 곳은 키움증권이다. 전년(466억원) 대비 171.0% 늘어난 1263억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외화증권(해외주식) 수탁수수료 수입인 744억원보다 많다. 교보증권도 해외파생상품 수탁수수료가 720억원으로 전년(547억원) 대비 31.6% 늘었다. 한국투자증권(324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285억원), 하나금융투자(23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파생상품은 해외선물과 해외옵션 등을 포함한다. 세계 주요 거래소에 등록된 지수나 원자재 선물 상품이 대상이다. 특히 선물은 계약당 금액이 크기 때문에 거래대금이 많다. 지난해 국내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금액은 7조7707억5633만달러(약 8758조4194억원)로 전년(5조3352억2380만달러) 대비 45.6% 늘었다. 올해도 1분기까지 거래대금이 2조3798억5366만달러로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가 많은 증권사여서 해외파생상품 수수료 수입도 급증했다. 개인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초 글로벌 파생상품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개인들이 가장 많이 거래한 상품은 ‘마이크로 나스닥 100’으로, 키움증권 내 거래의 38%를 차지했다. 마이크로는 증거금을 낮춰 개인들이 쉽게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원유 가격에 연동되는 ‘크루드 오일 선물’(9%)과 ‘미니 나스닥100’(9%), ‘마이크로골드’(8%) 등이 뒤를 이었다.
‘뇌관’ 우려도
해외선물은 지수나 원자재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판단하고 계약을 건다. 사실상 ‘홀짝 게임’에 가까운 구조다. 레버리지 계약을 하기 때문에 사놓고 기다리는 전략도 취할 수 없다. 단타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타 거래가 많고 수수료가 높다 보니 증권사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계약당 수수료가 7달러인 선물 상품을 하루 사이 5계약씩 사고판다면 수수료는 약 40만원(5계약×10회×7달러)에 이른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해외파생상품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관들의 헤지 수단인 해외파생상품을 개인이 이 정도 규모로 거래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에게 파생거래를 적극 권장하듯 광고하는 건 도박판 하우스(관리자)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해외파생상품이 추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부적으로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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