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지배구조를 개편해 ‘새판 짜기’에 나선다. 회사를 둘로 쪼개 이동통신사업(MNO)기업과 투자전문기업으로 나눈다.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사업과 통신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각 사업에서 투자 집중도를 강화하는 게 목표다.
SK텔레콤은 주주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회사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나눈다고 14일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처음 나왔던 2018년 말엔 주요 사업부를 계열사로 떼내는 물적분할 방식이 유력안이었으나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주주 구성은 변하지 않은 채 기업만 나뉘는 식이라 상대적으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적어서다. 두 기업의 이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존속법인은 MNO를 비롯해 인공지능(AI)·디지털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바꾼다. SK브로드밴드 등을 산하에 두고 기존 통신업과 IPTV 사업 등에 집중한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AI 기반 구독형 서비스 등 신사업도 존속법인을 통해 추진한다. 대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통신업계에선 유영상 MNO사업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대표는 박정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SK텔레콤 이사회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신설되는 투자기업은 반도체와 커머스, 모빌리티 등 비(非)통신 신사업 확장을 전담한다. 기존 SK텔레콤 자회사 중 SK하이닉스,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등이 이 기업 산하로 들어간다. 5세대(5G) 정보통신 유망 산업을 키우고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다. SK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역할도 이 투자기업이 맡는다. 박 CEO가 신설 기업 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CEO는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선임돼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전초작업을 벌였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주요 사업 투자 강화다. 사업 계열을 분리하면 각 분야 현황 파악이 쉬워져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사업이 대표적이다. SK그룹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는 지주사 SK㈜의 손자회사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인수합병(M&A) 시 피인수기업 지분을 100% 가져가야 하는 제한이 걸려 있다. 최근 반도체 호황에도 선뜻 확장에 나서지 못한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SK㈜가 투자 중간지주사를 합병하면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지위를 갖게 돼 투자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신설법인과 SK㈜ 합병 계획은 없다”며 “일단 신설 투자기업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도 올해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을 하려는 이유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율을 그만큼 늘리려면 약 10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연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박 CEO는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개편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박 CEO는 “SK텔레콤 자산을 온전히 평가받고 더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서민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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