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파트 살아야 할인에 무료주차"…롯데百 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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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5 08:45   수정 2021-04-15 10:23

"비싼 아파트 살아야 할인에 무료주차"…롯데百 차별 논란

"비싼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백화점 할인 혜택도 못받겠네요."

15일 각종 경기 서남부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엔 한 백화점의 이벤트를 두고 성토하는 글로 넘쳐났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이 안양시를 포함한 주변 도시들의 일부 고가 아파트 거주민을 대상으로 할인·무료주차 등의 혜택을 주기로 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일부 지역민들은 “아파트 간의 집값 차이가 커지니 백화점 마저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비싼 아파트 살면 백화점서 할인받는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은 지난해 9월부터 ‘평촌 시그니엘 클럽’이라는 경기 과천·군포·안양·의왕 등 인근 지역 대상 멤버십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지난달 31일까지 가입할 경우 무료주차 월 3시간 롯데카드 5% 할인 쿠폰 제공, 매월 특별 프로모션 제공 등의 다양한 혜택이 나온다.

문제는 가입조건이 일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할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대상 아파트는 경기 과천 래미안슈르·푸르지오써밋, 의왕 포일자이·의왕내손e편한세상, 안양 래미안안양메가트리아·평촌더샵센트럴시티 등 22개 단지다.


이들 아파트는 지역 내에서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곳들이다. 매매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최소 8억원에서 최대 20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 과천 푸르지오써밋은 전용 121㎡ 중대형 아파트가 최근 26억6000만원에 팔릴 정도로 고가다. 이 아파트들의 입주년차는 1년에서 30년까지 다양하다. 이벤트를 소개하는 웹페이지엔 ‘시그니엘 클럽이란 대표한다는 뜻을 가진 시그니처(Signature)'와 '롯데(LOTTE)'의 합성어로 평촌점 인근의 대표 아파트 클럽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평촌 일대에서 6개월~1년 동안 점포 내 매출 구성비가 높은 아파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민 편가르기 하나" 불만
이 이벤트가 알려지자마자 지역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지역민들을 편가르기하는 황당한 조건’, ‘혜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위화감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문제’ 등 차별 마케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는 “불매 운동을 하자”고 주장했다.

부정적인 여론은 혜택 대상과 비대상 아파트를 가릴 것 없이 퍼지고 있다. 과천 래미안슈르에 거주하는 주민 박 모씨는 “이 행사가 전해지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파트는 박탈감을, 혜택 대상이 된 곳은 묘한 불쾌함을 함께 느끼는 중”이라며 “혜택은 원래도 백화점 카드에 가입하면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큰 혜택도 아닌데 차별 의식만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매출액 기준으로 특정 개인에게 혜택을 준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매출액 기준의 특정 아파트 입주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마케팅“이라며 ”최근 대기업들에겐 공동체를 어떻게 화합할지 등의 다양한 도덕적 책무가 부여된다. 차별적 마케팅으로 계층간의 갈등을 심화시킨 이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볼 때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값에 따른 빈부격차 그대로 반영한 사례"
백화점들의 멤버십 마케팅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니다. 하지만 특정 아파트를 겨냥한 서비스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통상 백화점에서 VIP로 통하는 멤버십의 조건은 구매실적이나 금액 등 간접적으로 측정된 개인별 자산수준에 따라 나뉜다. 간혹 아파트가 기준이 되는 경우에도 이사로 홈 인테리어 등의 수요가 많은 신축 단지가 대상이 될 뿐이다.


전문가들은 최신 트렌드 반영에 적극적인 유통업계 마케팅의 특성상 집값에 따른 자산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아파트값에 따른 빈부 격차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1588만원, 하위 20%(1분위) 평균 매매가는 1억1599만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20% 아파트값을 하위 20% 값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8.8배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최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프리미엄 고객 타게팅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곤 한다”면서 “최근엔 아파트가 워낙 고가가 됐으니 몇몇 단지 입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혜원/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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