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신용도 첩첩산중' SK이노, 소송 족쇄 풀렸지만…배터리 매출 뛰어넘는 2조원 합의금은

입력 2021-04-15 09:11  

≪이 기사는 04월14일(08: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실적 악화와 대규모 투자부담으로 인해 이미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태에서 '배터리 전쟁'의 여파로 거액의 합의금까지 떠안게 돼서다.

SK이노베이션의 발목을 잡던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소송이 2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지만 2조원이라는 합의금 탓에 재무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 소송 불확실성이 해소되긴 했지만 이미 재무 여력이 약화돼 있는 상태에서 총 2조원의 합의금 지급이 추가적인 재무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서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추가적인 하향 조정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1일 각각 이사회 결의로 배터리 법적 분쟁 관련 합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진행한 국내외 분쟁을 상호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관련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 대가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올해 5000억원, 내년 5000억원을 일시에 지급해야 한다. 오는 2023년부턴 수년에 걸쳐 총 1조원을 로열티 방식으로 지급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배터리 부문의 매출은 1조6102억원이다. 합의금 규모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의 매출을 웃도는 셈이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법적 분쟁을 일단락해 글로벌 배터리 사업 전개에서 위험 요인을 제거했다"면서도 "합의금 지급이 수년에 걸쳐 일어나 재무부담의 기간 분산 효과가 있지만 총 지급 규모 면에서 재무부담의 크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투자 계획의 25%를 차지하는 핵심이다.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집중 생산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포드·폭스바겐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미국 내 추가 수주물량 확보와 추가 증설투자를 진행할 여건도 확보했다.



박지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사업 측면의 부담 요소가 해소된 건 긍정적이지만 일시 합의금과 로열티 지급으로 중단기 재무부담이 높아진 건 신용도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코로나19 확산 충격, 공격적인 투자 지속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이 때문에 자회사 기업공개(IPO)와 지분매각 등 다각도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올해 이후에도 중국과 미국 공장의 잔여 투자와 헝가리 공장 건설 등에 약 3조~4조원 안팎의 자금 소요가 발생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10조원(리스부채 포함)이다. 부채비율은 매년 치솟아 지난해 말 기준 149%를 나타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이후 중기적인 손익 회복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급 여건이나 경기 불확실성을 봤을 때 회복 속도나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증권업계에선 합의금 마련 관련 페루 광구 지분 매각, SK루브리컨츠 일부 지분 매각, SK아이이테크놀로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의 일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페루 광구 지분 매각 유입 규모는 약 1조원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IPO를 통해 1조5000억~2조원, SK루브리컨츠의 경우도 최대 49% 지분을 매각하면 1조~2조원 수준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배터리 산업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합의금 지급으로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배터리 부문의 수익성, 연도별 투자 규모, 재무부담 수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며 "배터리 부문의 생산능력과 매출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자체적인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조기에 이익창출능력을 제고하는 게 신용도 관점의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배터리 부문 분할과 IPO 등을 포함한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확보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종전 AA+였던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AA로 이미 한 단계 낮췄다.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적자와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때문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자체를 내리진 않았지만 등급전망으로 부정적으로 달아 놓은 상태다.

김은정/임근호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