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정이라는 이름의 오지랖

입력 2021-04-18 18:04   수정 2021-04-19 01:13

“그게 뭐라고 서로 하겠다고 난리래?”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업계에는 “뭘 해도 시어머니 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규제당국의 이중 감독을 받는 고단함을 일컫는다. 코로나19를 타고 플랫폼이 폭발 성장하자 규제당국의 활동 본능도 덩달아 폭발하는 듯하다.
규제 주도권 놓고 민망한 경쟁
플랫폼 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지역 기반 C2C(개인 간 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 같은 ‘하이퍼 로컬’ 비즈니스도 비온 뒤 죽순처럼 훌쩍 자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5조원이던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161조원으로 커졌다. 규제라는 우환이 함께 찾아왔다는 게 업계의 골칫거리다. 플랫폼의 갑질을 막겠다는 규제법안이 앞다퉈 나오더니, 급기야 위원회 간 법제화 주도권 경쟁을 지켜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공정위가 올초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공정화법)과 방통위 지지를 받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에 관한 법’(이용자보호법)이 이 ‘웃픈 공정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공정화법은 플랫폼이 입점 판매자에게 재화·용역 구입 강제, 손해 전가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게 골자다. 이용자보호법은 플랫폼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수수료 강요 등을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두 법안은 닮은꼴 규제다.

‘공정 피로감’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업계의 반응이 뜻밖이다. ‘강력 반발’ 같은 예전의 거친 목소리와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취지엔 이견이 없으니 빨리 내부 교통정리나 해달라는 바람 정도가 간간이 흘러나온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서슬 퍼런 두 규제당국 간 기싸움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진이 빠진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한술 더 떴다. 지난달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또 내놓은 것이다. 마치 ‘규제 패키지’를 완성하려는 듯한 기세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의 C2C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플랫폼이 판매자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구매자에게 알리게 하는 의무조항을 담았다. 그러자 “뭐 이런 데까지 신경쓰느냐”는 비아냥이 그들이 보호하겠다는 이용자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한 당근마켓 이용자는 “1000원 2000원 하는 동네 거래에 무슨 공정까지 들이미느냐. 이런 오지랖이 없다”고 했다.

공정위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제대로 찍히면 몇 해 농사를 망칠 만큼 과징금 폭탄이 무섭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정위 직원들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
기업, 소비자 자율 해결이 우선
이제 시장에선 “좀 내버려두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피해의 온전한 구제가 목적이라면, 플랫폼과 소비자가 먼저 해법을 찾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도 방법 아니겠느냐는 바람이다. 시장 참여자들끼리 몇 번 드잡이했다고, 공정과 시비를 가리자며 칼부터 빼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비슷한 법안을 지난해부터 시행한 일본은 이미 이런 길을 가고 있다.

더욱이 거래 사고와 횡포를 방어하는 블록체인, 암호화, 인증 기술이 첨단화한 마당이다. 개인 간 거래가 끝날 때까지 제3자가 대금을 맡아주는 에스크로(escrow), 거래경력 조회 등의 안전 장치도 진화하고 있다. 기업은 ‘절대 갑’, 참여자는 ‘절대 을’이라는 도식적 구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변하지 않은 건 ‘기업은 최우선 규제 대상’이라고 싸잡는 ‘빅브러더’의 프레임이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곱씹어볼 일이다.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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