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공매도 때문에 코인시장 갑니다" [더 머니이스트-정의정의 동학개미통신]

입력 2021-04-19 08:03   수정 2021-04-19 10:13



우리 증시는 지금 개화기를 맞고 있습니다. 2007년 이후 작년까지 13년 동안의 이른바 박스피(코스피 지수가 2000대 내외에 갇힌 박스권)를 벗어나 사상 처음으로 지수 3000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저평가 된 국내 주식시장에 호시절이 오나 했더니 공매도 재개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공매도 때문에 주식을 접겠다는 개인투자자들
이제 11거래일 후인 5월3일이면 1년 넘게 금지되었던 공매도가 재개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공매도 재개 이후를 걱정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두려움이 번지고 있습니다. 좋은 시절 다 지나가고 이제 주가 하락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는 겁니다. 주식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공매도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을 달고 다니느니, 차라리 공매도가 없는 코인이나 비교적 안정적인 해외주식으로 갈아타겠다는 내용이 최근 들어 제법 눈에 많이 띕니다.

공매도는 세계 대다수 국가가 시행하고 있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은 없을 겁니다. 해마다 적발되는 불법 공매도 및 공매도 관련 기사에 쏟아지는 개인투자자들의 많은 원성과 금융당국에 제기된 민원 사례 그리고 거듭되는 공매도 반대 국민 청원 등에 비춰볼 때 실체가 없는 포비아(특정 대상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장애의 일종)는 아닐 것입니다.

공매도 옹호론자는 공매도가 주가를 하락시키는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국민연금은 작년 하반기 이후 대규모 매도 일변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을 탓하는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입장이겠지만 결과적으로 공매도 주체를 도와주고 있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매도 2중대냐' 하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사정이 어쨌든 간에 공매도 주체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둘도 없는 은인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연기금의 매매 행태를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작년 3월16일 공매도 금지일 이후 작년 6월말까지 ; 순매수 47일, 순매도 26일(코스피 지수 2100 회복) ▲작년 7월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 순매수 31일, 순매도 165일(매도 우위/ 최근 75거래일 중 73거래일 연속 매도/ 코스피 지수 3200 근접)

공매도 금지기간 중 지수를 상승시킨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 아닌 동학개미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들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은 10년 전에 정한 원칙에 따라서 운용했다고는 설명했지만, 완급 조절도 없이 최근 75거래일 중 73거래일 동안이나 매도를 한 운용방식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1000만 주식투자자' 시대를 맞아 크게 변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현실을 무시하고 눈 감은 채 과거에 얽매인 도식적인 매도와 고평가 된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비판과 우려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성적표는 시장 평균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로 부끄러운 실적을 냈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일각의 의혹처럼 공매도 주체와 연결됐다면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태보다 훨씬 무거운 사안이 될 것입니다.

만약 국민연금의 과매도가 없었다면 지금 코스피 지수는 4000 근방을 향하지 않았을까요?

공매도의 순기능! 현실은 어떨까요?
공매도 옹호론자와 금융 당국은 지금껏 입이 닳도록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렇다면 13개월 이상 공매도가 금지된 우리 주식시장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금지기간 동안 공매도가 없음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점이 무엇일까요. △가격발견? 종목마다 오르락내리락 잘 됐습니다. △거품제거? 자정작용으로 인해 공매도가 있을 때와 비교해 문제없었습니다. △유동성 공급? 또한 문제없었습니다. △헷지? 우리나라는 파생시장 규모가 더 큽니다. 파생상품만으로도 헷지에 이상 없습니다. △외국인 자금 이탈? 문제될 상황 아니었고 최근 매수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공매도의 순기능이란 낡은 교과서에만 존재하는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차츰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국입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 사실과 통계를 놓고 볼 때 여러모로 잘못됐다는 공매도 옹호론자(일부 교수 및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의 반론을 꼭 들어보고 싶습니다.
승자 독식(공매도) 시스템을 끝장내야 합니다
지난 1월 한양대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주체의 수익은 개인 대비 무려 39배라고 합니다. 승률로 환산하면 97.5%. 기네스북에 올라가고도 남을 기록입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내놓은 공매도 제도 개선안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가파른 기울기를 조금 회복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코 근본 처방이 아닙니다. 향후 미국 수준으로 동일하게 적용시켜야 합니다만, 적어도 다음 사항은 하루라도 빨리 개선 후 적용해야 합니다.



첫째,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의무상환기간을 개인처럼 60일로 평등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현행 대차풀을 이용하면 10년 이상 상환 없이도 공매도를 이어갈 수 있는 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외국인과 기관의 현행 105%인 담보비율 또한 개인 신용과 같이 14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동일 시장 주체에 대한 차별 대우는 불공정 그 자체입니다.

셋째, 공매도 파산을 막아주는 제도로 의심 받는 '시장경보제도'(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를 선진국 사례 조사 후 평균 수준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공매도도 개인처럼 부지불식간에 반대매매 당할 수 있어야 미국처럼 정상적인 공매도만 가동됩니다. 공매도 불패가 개인투자자 필패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넷째, 주가 조작 수단으로 악용되는 장 마감 10분간 동시호가 제도는 검토 후 별 문제없으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작전 세력이 악용하는 것을 방치하면 안 됩니다.

공매도 포비아가 1000만 주식투자자 뇌리에서 사라지도록 금융당국의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 조치와 창의적인 해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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