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백신 천국' 美…원하면 누구나 맞는다

입력 2021-04-19 13:02   수정 2021-04-21 07:13



"되도록 팔을 많이 움직여주세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자의 왼팔에 코로나 백신 주사를 놔준 간호사는 '주사를 맞은 뒤 운동을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사 맞은 팔을 더 많이 움직일수록 더 좋다"고 했다.
◆보험 없어도, 외국인도 OK
백신 접종은 생각보다 빨리, 쉽게 끝났다. 기자와 아내가 백신을 맞기로 한 조지메이슨대 실내 경기장(이글뱅크 아레나)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접종을 마치는데 5분 정도밖에 안걸렸다. 체크인은 간단했다. 신분증만 보여주면 OK였다. 보험이 없어도 되고 과거 병력이나 거주지 증명 같은 것도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 거주자도 공짜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체크인 담당자가 신원 확인 후 곧바로 '4월16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및 '5월7일 2차 접종 예정' 문구가 찍힌 종이 카드를 줬다.

이어 곧바로 백신 주사를 놓는 간호사 앞으로 안내됐다. 간호사는 기자에게 과거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는지, 특정 약 성분에 부작용은 없는지, 최근 2주간 스테로이드 성분을 복용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고 기자가 '없다'고 하자 곧바로 주사를 놔줬다.

접종 후 옆에 있는 대기소 의자에 15분 가량 앉아 있어야 했다. 혹시모를 백신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한 절차다. 기자와 아내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15분 뒤 그 곳을 떠나 집으로 왔다. 아내는 저녁에 "열이나 두통은 없는데 주사 맞은 팔이 돌에 맞은듯 아프다"고 했다. 반면 기자는 주사를 맞은 부분이 약간 뻐근하긴 했지만 통증은 없었다. 사람마다 1차 접종후 증세가 다른듯했다. 접종 둘째날인 17일엔 아내도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고 접종 셋째날인 18일엔 "이젠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16세 이상 누구나 백신 접종
기자가 아내와 함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백신 접종 등록 사이트를 통해 접종 신청을 한 건 지난 3일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이 즈음 기자가 만난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1차 접종을 끝냈거나 1차 접종 예약날짜를 받아둔 상태였다.

기자가 접종 신청을 한지 6일 뒤인 9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예약 안내 메일이 왔다. 이 메일을 통해 예약 안내 사이트에 접속하자 9~17일까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간대와 접종 장소가 화면에 나타났다. 이 중 편한 시간과 장소를 고르면 되는데 기자와 아내는 금요일인 16일 오전 8시30~45분 조지메이슨대 실내경기장을 택했다. 화이자 백신은 극저온에서 보관해야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작은 약국보다 큰 접종센터에서 맞는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대부분 화이자 백신을 놔준다.




백신을 더 빨리 먼저 맞고 싶으면 페어팩스 카운티 사이트가 아니라 CVS, 월그린 등 동네 편의점이나 약국 체인 홈페이지에서 백신 접종 신청을 하면 된다. 이런 곳에선 신청 당일이나 하루 뒤에 곧바로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 백신 접종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 가서 백신을 맞은 사람도 있다.

페어펙스 카운티는 18일부터는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백신 접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이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나 병원·의료기관·교육기관·필수업종 종사자, 16~64세 중 기저 질환자 등이 우선접종 대상였는데 이런 제한을 없애고 미 보건당국이 허용한 접종 가능 연령자 모두에게 백신 접종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 모더나 백신은 18세 이상이 맞을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부터는 미국의 모든 주와 지역에서 16세 이상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성인 50%, 1회 이상 백신 접종
백악관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4월7~13일) 미국의 하루 평균 백신 접종 건수는 330만건에 달한다. 한 달이면 약 1억명이 맞을 수 있는 속도다. 미국은 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지만 이후 백신 개발과 확보에 올인하면서 코로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한국 등 일부 국가가 백신 부족에 시달리거나 존슨앤드존슨 백신(얀센 백신)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접종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미국은 그런 걱정도 거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보건당국이 존슨앤드존슨 백신 접종중단을 권고한 지난 13일 "존슨앤드존슨이나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mRNA 방식의 백신(화이자·모더나 백신)이 6억회분(3억명분) 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모든 미국인이 100% 맞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8일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최소 한차례 이상 맞은 성인(18세 이상)은 1억2998만명 가량으로 전체 성인 인구의 50.4%에 달한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성인은 전체 성인의 32.5%인 약 8397만명이다. 고위험군인 65세 이상은 81%인 4432만8000명 가량이 최소 1회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이 탄력을 받으면서 미국인들의 자신감도 회복되고 있다.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청은 각급 학교가 4월20일부터 대면수업 일수를 주2일에서 주4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던 학교가 정상화 직전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취업자수(비농업부문)는 전월대비 91만6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64만7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6.4%로 전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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