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접을 때 매장 연 탑텐, 역발상 통했다

입력 2021-04-20 17:30   수정 2021-04-28 16:09


코로나19가 닥치자 대다수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을 줄였다. 비대면을 위한 온라인 채널 강화가 대세인 듯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달리 생각했다.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늘릴 기회로 봤다. 임차료가 떨어져 목좋은 오프라인 매장 확보가 한결 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115.’ 신성통상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탑텐’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늘린 매장 숫자다.

역발상 전략은 곧장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탑텐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4300억원. 경쟁사 유니클로의 매출이 1년 새 1조3780억원(2018년 9월~2019년 8월)에서 6297억원으로 반 토막 날 동안 이룬 성과다.

올해 1분기 탑텐 매출은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500억원. 3년 안에 매출 1조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염 회장은 “올해도 60곳 이상의 매장을 추가로 연다”며 “남들이 안 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유니클로에 도전
2005년 패스트패션의 원조격인 일본 유니클로가 한국에 상륙해 맹위를 떨쳤다. 염 회장은 “제대로 된 토종 브랜드로 유니클로를 넘어서자”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유니클로를 벤치마킹했다. 품질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자신이 있었다. 35년 동안 가방, 니트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하며 제조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월마트, 타깃 등 세계적인 패션·유통사가 신성통상의 고객사다.

2019년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SPA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는 유니클로였다. ‘노 재팬’ 열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유니클로가 위기를 맞았다. 염 회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발열 내의 히트텍 10만 장 증정 행사에 나섰다. 탑텐은 온에어 20만 장을 풀며 맞대응했다. 온에어는 “한국인에게 일본 내복을 입히지 않겠다”는 각오로 내놓은 탑텐의 발열 내의다. 원단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합성섬유를 적용한 히트텍과 달리 온에어는 천연섬유인 모달을 썼다.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고, 아토피가 있어도 입을 수 있다. 염 회장은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났을 때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는 탑텐밖에 없었다”며 “유니클로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탑텐은 지난해 성인용 매장 46개, 아동용 매장 69개 등 총 115곳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그중에는 유니클로가 철수한 롯데마트 영통점(경기 수원), 경기 구리점, 전북 군산점, 홈플러스 작전점(인천)과 경남 가야점, 경기 금천점 등 8개가 포함돼 있다.
“3년 안에 1조원 브랜드로 키울 것”
탑텐은 올 들어 신제품 ‘밸런스’를 내놓고 새로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애슬레저웨어(일상복으로 활용 가능한 운동복)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에는 언더웨어 신제품을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온에어와 쿨에어 소재를 적용했다. 염 회장은 “안주하면 소비자들이 떠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K패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염 회장은 “한국의 조선업, 반도체, 배터리도 10~20년 준비한 결과”라며 “철저히 준비하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영화 ‘미나리’, 스포츠 ‘LPGA’ 등을 사례로 들며 “한국인이 잘하는 분야가 하나씩 더 늘고 있고, 옷을 잘 입는 멋쟁이가 많은 한국의 K패션을 아시아인들이 모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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