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도입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방역당국의 백신 접종이 꼬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아스트라제네카 기피 현상’은 심해지고 있는데, 대체 백신은 화이자 백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6월까지 국내에 들여올 화이자 백신은 350만 명이 맞을 700만 회분이다. 하반기 도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올 6월부터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노바백스는 임상이 끝나지 않았다. 도입을 두고 협의 중인 얀센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라 혈전 부작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1200만 명을 접종하겠다는 목표지만, 화이자·모더나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9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시작된 장애인·노인방문·보훈인력 돌봄 종사자와 항공 승무원 등 총 33만4211명 중 접종 예약률은 58.6%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CMO)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녹십자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위탁생산 후보자로 거론된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더나가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한다면 한국 기업을 CMO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노바백스 백신을 미국에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바백스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공장에서 올 6월부터 생산할 물량 일부를 미국의 화이자·모더나와 맞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백질 재조합 방식인 노바백스 백신은 임상이 완료되지 않아 변수가 많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스와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 문제로 국내에서도 기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업들에 당장 시급한 반도체를 ‘거래카드’로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스와프는 기본적으로 서로 원하는 것을 줘야 하는 ‘거래’”라며 “이미 백신이 충분한 미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에 백신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확정되지도 않은 기업 간 계약을 섣부르게 공개하더니 이번에는 ‘백신 스와프’라는 모호한 단어로 혼란만 키우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대책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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