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리겠다고 도입한 HUG 분양가 새 기준…현장에선 "아니올시다"

입력 2021-04-23 07:50   수정 2021-04-23 07:52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며 새로 내놓은 고분양가 심사 규정 개정안이 오히려 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인근 지역 매매가 규정'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에 장기간 주택공급이 없었던 곳에서는 되레 턱없이 낮은 가격이 산정되면서 사업자들은 주택공급을 망설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는 기존에 분양가격이 높다고 판단되는 곳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뒤 분양보증 심사를 할 때 자체 기준(인근 분양가 100~105% 이내)보다 분양가가 높으면 보증을 거절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분양가가 시세 대비 너무 낮게 책정돼 아파트 공급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실제 서울을 비롯해 아파트들이 밀집한 도심에서 공급되는 곳에서는 분양가가 급등하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주택공급이 뜸해 공급이 필요한 곳에서는 '인근 지역 매매가격 규정'이 포함되면서 분양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되고 있다.

"로또 청약을 없애 청약과열을 막고 공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HUG의 당초 의도와 다르게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HUG는 2016년 8월 고분양가 심사 제도 시행 후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지적과 수익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늘어난다며 분양가 산정방식을 개선했다.

지난달 대구 수성구에서는 최고 분양가 아파트가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만촌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만촌역'으로 분양가가 3.3㎡당(84㎡기준) 2450만원이었다. 전용 84㎡형 의 경우, 최고가가 8억9926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했다. 앞서 분양했던 2019년 5월 수성구 '범어W'의 역대 대구 최고 분양가(3.3㎡당 2058만3000원)보다 20%가량 상승했다. 인근 지역의 아파트가 밀집했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양가도 동반 상승한 사례다.

반대로 주변에 비교할만한 마땅한 아파트가 없다면 분양가가 되레 낮게 책정되고 있다. 분양가로 갈등을 빚다가 분양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바뀐 규정에서 신설된 '인근지역 매매가' 규정 때문이다. 사업지 반경 1㎞ 내 ‘분양 사업장(A)’과 ‘준공 사업장(B)’ 두 곳을 모두 비교해 높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정하지만, 여기에 ‘인근지역 매매가(C)’가 있다면 더 낮은 값으로 최종 분양가를 결정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달 초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할 예정이었던 인천의 '부평역 해링턴플레이스'가 이런 경우다. 이 아파트는 작년 5월 3.3㎡당 평균 1698만원에 분양한 '부평 SK뷰 해모로'를 비교 사업장으로 삼았다. 하지만 HUG는 인근 지역의 노후된 아파트의 매매가격을 고려해 분양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HUG는 3.3㎡당 1500만원대 분양가를 제시하면서 관련 갈등이 커지면서 분양일정은 연기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HUG가 로또는 없애고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들고나온 분양가 기준이 역으로 로또를 만들고 있다"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분양가 산정방식이 공급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규정을 바꾸기 전 서울과 지방 대도시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택공급이 적었던 곳에서는 HUG의 의도와는 다르게 턱없이 낮은 분양가 때문에 공급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
반경을 500m에 국한 시키지 말고 지역 시세를 반영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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