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배지 달면 뭐하나요"…지하철 탄 임산부의 하소연

입력 2021-04-23 14:50   수정 2021-04-23 14:52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임산부 핑크배지를 달면 뭐하나. 지하철 임산부석은 무늬만 임산부석이다"라는 한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사연을 공개한 네티즌 A씨는 "아직 배가 많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임산부석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까 봐서 가방에 핑크배지를 착용하고 다닌다"고 글을 시작했다.

혹시나 자리를 양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싶어 최대한 일부러 임산부석과 멀찍이 떨어져서 지하철을 타려고 한다는 그는 "사실 10명 중 9명 정도는 내가 앞에 서도 외면한다"고 털어놨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고 안 뜬다거나, 괜히 핸드폰 통화목록을 위아래로 훑는 사람도 있어요."

A씨는 그간 자리를 양보 받은 게 딱 1번 뿐이라면서 "핑크배지를 보고도 모른 체 하는 모습을 하루도 안 빼고 보니 '현타(현실을 자각해 허탈함을 느낀다는 뜻으로 쓰이는 신조어)'가 와서 욕 먹을 걸 알면서도 글을 쓴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핑크배지가 잘 보이도록 가방 앞쪽에 달고 임산부석 앞에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임산부석에는 다른 이가 앉아 있는 상태였다. A씨는 "차라리 임산부석이 없어지면 사람들 간 갈등도 사라지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임산부석이 한 칸에 한 줄을 다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비워둡시다", "배지 달고 있으면 비켜주지", "나도 임산부석 없어졌으면 한다", "앉아있는 사람도 임산부일 수도 있잖아", "배지 달고 있어도 힐끗 보고 안 비켜주는 사람들 많다", "대중교통 타보면 남녀노소 다 자리 양보 잘 안해주죠", "사진 찍기 전에 양보해달라는 말을 먼저 했으면 어땠을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고객센터로 접수된 민원 중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한 민원은 총 8771건으로 월평균 약 731건에 달한다.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지만, 이를 두고 '항상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 '배려석이니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겠다' 등의 의견 차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임산부석에 앉아있는 임산부를 향해 한 50대 남성이 욕설을 퍼부으며 "앉지 말라고 써 있는데 왜 앉아 있냐", "여성들은 다 죽어야 한다" 등의 폭언을 하는 일도 벌어져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임산부 1500명과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산부의 54.1%는 일상생활에서 타인으로부터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배려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4.3%는 '배가 나오지 않아 임산부인지 티가 나지 않아서'라고 응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산부의 안전하고 행복한 임신·출산을 위해서는 주변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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