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불공정사태' KT발 인터넷 속도논란…국회 "전수조사" [이슈+]

입력 2021-04-23 11:56   수정 2021-04-23 12:05


정보통신(IT) 전문 유튜버 '잇섭'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KT발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KT만의 문제가 아니란 지적에 조사 권한을 가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3사 전수조사를 천명했다.
"국민적 공분 큰 만큼 제대로 대처하겠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잇섭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Gbps(기가비피에스) 요금을 냈지만 실제론 100분의 1 수준인 100Mbps(메가비피에스) 속도를 이용했다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불거졌다. 잇섭은 스튜디오를 옮기면서 월 8만8000원의 10Gb 인터넷을 설치했으나 우연히 스튜디오 인터넷이 100Mb로 서비스되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100Mb 인터넷 서비스 가격은 월 2만2000원으로 잇섭이 가입한 상위 서비스보다 속도가 현저히 낮다.

이번 사태로 IT 관련 커뮤니티에는 젊은층들이 분노에 가까운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KT뿐 아니라 통신3사를 싸잡아 비난하는 분위기다. 일부 이용자들은 "LH 사태에 버금가는 불공정 거래" "명백한 사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KT는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 21일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웠다. 구현모 대표도 "많은 분들이 KT를 사랑해주셨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문제는 전날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과방위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500Mbps 상품을 테스트해보니 95Mbps에 밖에 나오지 않았다. 10기가 인터넷 상품은 물론 다른 상품도 조사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통신3사) 전수조사가 가능하다. KT를 먼저 조사하고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도 조사할 계획"이라며 "실태조사를 통해 법적 문제가 있다면 국민적 공분이 큰 만큼 제대로 대처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타사에도 똑같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속도가 계약 내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를 확대하고 적합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방통위와 함께 실태조사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순서"라며 "살펴보고 필요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 의원들 "통신 불공정 사태, 이번엔 뿌리 뽑겠다"
국회 과방위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통신 불공정 사태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비행기 속도를 기대하며 고가 요금제를 사용했는데 기차 속도도 안 나온 셈"이라며 "인터넷 서비스 품질 관리 의무는 명백히 통신사에 있음에도 KT는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신사의 자체 조사·조치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주도 전수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통신 서비스는 국민들의 생필품이나 마찬가지라 국민 불신 해소가 중요하다"며 "통신사들의 이용자 침해행위가 적발되면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KT 이용자뿐 아니라 여타 통신사들도 이런 피해사례가 있는지 반드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실제 인터넷 속도를 이용료로 환산해 환급해야 한다"며 "이참에 인터넷 속도와 계약 속도가 다를 경우 이용료 환급 및 보상 가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속도 저하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비자한테 있는 통신사 약관을 개정해 입증 책임을 통신사가 가져야 한다"며 "이통사가 속도 저하를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요금 감면 내지는 상품이 약정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약금 없이 해약을 할 수 있도록게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양정숙 의원실 관계자 역시 "설마 했는데 진짜 그랬다는 것 아닌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중요한 인프라인데 이번에 의혹이 확인돼 국민들이 많이 분노했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50조의 금지행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처분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조금만 지나면 다시 잠잠해질 것"
하지만 통신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관측도 나왔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통신사 출신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와 있기도 하고, 정치권에 있던 사람들이 통신사부터 관계사 등등 정부 기관에 많이 포진해 있는데 의지를 갖고 칼을 댈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국회 내 관계자도 "기가급 망이 안깔렸는데 기가 상품 가입을 유도한 사례는 잡아낼 수 있어도 잇섭처럼 속도를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주장에 대한 케이스는 잡아내기 어렵다"며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나올 만한 건 없을 것"이라고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국정감사 때 통신사 수장들 불러서 때려봤자 소용 없다. 물론 그걸로 국민들 속이 좀 시원해질 수 있겠지만 과거에도 국감 때 수장들 많이 불렀는데 개선이 안 되지 않았나"라며 "뿌리를 뽑는 게 가능하겠나. 늘 그랬듯 과징금 부과 조치 정도가 전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조준혁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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