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부터 종교계까지…곳곳서 퍼지는 이재용 사면 건의 [이슈+]

입력 2021-04-24 08:00   수정 2021-05-23 00:04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진 반도체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대외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당초 재계를 중심으로 번졌던 사면 건의는 이제 정치권을 넘어 종교계까지, 사회 각계 각층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다시 한 번 기회 달라"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개 단체는 경총 회장 주도 아래 정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빠르면 다음 주 초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건의서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해지는데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 역시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경제단체장들의 사면 건의가 있어 관계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확인했다. 손 회장은 지난 21일에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며 "부총리 주관 업무는 아니지만 정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재차 운을 띄웠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는 재계를 넘어 정치권과 종교계, 기타 단체 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등에 보낸 탄원서에는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기업은 진두지휘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15일에도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청와대로 보냈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도 최근 "전세계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서 13건의 건의가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읍소했다.
정부·여당 신중론…사법리스크 여전히 첩첩산중
이 부회장의 사면 요청 목소리가 연일 나오는 이유는 대외환경이 워낙 급박해서다. 지난 12일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 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한 가운데 국내 유일의 참석 기업인 삼성전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투자 요청에 고심이 깊어졌다.

일단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 계획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백악관 회의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투자계획이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되고, 이 부회장 구속으로 늦어졌던 경기도 평택캠퍼스 P3 라인 신규 투자계획 역시 늦어도 하반기엔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만 50조~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연일 700명대를 넘어서는 등 코로나 백신 수급에 대한 요구가 거세진 것도 요인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연계하는 '백신 스와프'가 정·재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면서 이 부회장의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도입까지 일익을 담당하도록 하는 게 국내 공중 보건에 득이 되리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형을 사는 국정농단 사건 외에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 등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된 상태여서 이번에 사면이 된다 해도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철희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이 쓴소리를 듣고 민심을 대통령께 잘 전달하겠다고 밝힌 만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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