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주변 음식점 ‘비명’…“예약 10팀 있었는데 8팀이 취소”

입력 2021-04-27 17:40   수정 2021-05-05 15:57

26일 오후 8시 정부서울청사와 서울경찰청이 있는 서울 광화문 인근 당주동 골목. 평소 같으면 퇴근 후 회식하는 공무원·직장인들로 북적일 거리가 이날은 인적이 없어 한산했다. 음식점 10곳이 모여 있는 한 지하상가는 식당 세 곳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인근에서 참치집을 운영하는 A씨는 “25일부터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공무원들의 전화가 빗발쳐 평소보다 예약 건수가 절반가량 줄었다”며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오후 10시 영업제한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데, 공무원 회식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더한 것은 우리한테 죽으라는 소리”라고 했다.
“평소보다 손님 절반 더 줄어”
정부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회식·모임을 금지한 첫날(26일) 서울 광화문, 경기 과천, 세종시 등 정부 청사 주변 상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조치는 사실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준하는 것”이라며 “피해 손실에 따른 지원금은 안 주고 왜 추가 규제만 하느냐”고 토로했다.

공무원 1만3000여 명이 일하는 정부세종청사 6동 앞 어진동의 한 돼지고깃집은 이날 예약이 단 한 건뿐이었다. 이곳 직원은 “평소 12팀 정도 예약이 있는데 26일은 한 건뿐이었고, 27일 예약은 모두 취소됐다”며 “총 150석 규모인데도 점심에는 20만원어치밖에 못 팔았다”고 했다. 인근 한 삼계탕집 주인 김모씨는 “예약이 10팀 있었는데 8팀이 취소했다”며 “이대로 1주일만 지나면 이달은 적자”라고 울상을 지었다.

정부과천청사 주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과천 별양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평소보다 절반이 더 줄었다”며 “다른 식당은 테이블을 띄워 5인 이상 손님도 받는다던데, 방역 지침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별양동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 일하는 정모씨는 “공무원 손님 비중이 높다 보니 매출 타격이 클 것 같다”며 “배달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아 영업 손실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청사나 공공기관 주변이 아닌 일반 오피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여의도동의 한 삼겹살집은 400여 석이 대부분 차 있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 한 고깃집 직원 양모씨(64)는 “저녁 7시 정도 되면 테이블 25개가 다 차는데, 이번주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오는 사람들이 주로 민간 기업이나 금융사 직장인이라 매출 차이는 크게 없다”고 말했다.
특정 상권만 추가 규제
이번 조치를 두고 “정부의 방역 지침이 또다시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거리두기 지침 외에 특정 상권에 대한 ‘+α’ 규제가 더해져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집합금지 명령 업종인 헬스장과 노래연습장만 따로 떼어내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허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공공부문 회식 금지 조치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보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정부가 피해액에 비례하지 않고, 업종에 따라 똑같이 3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피로감이 쌓인 상태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으로 곳곳에서 방역지침 위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오후 10시 넘어 청계천과 한강시민공원이 술자리를 벌이는 시민들로 가득차 서울시가 특별단속에 나섰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부분적인 회식 금지만으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행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를 잡으려면 방역 수칙을 전반적으로 강화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최한종/최예린/세종=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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