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진석 추기경 선종…천주교와 함께한 삶

입력 2021-04-27 22:59   수정 2021-04-27 23:09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두번째 추기경이다. 그의 일생은 내내 천주교와 함께였다. 1931년 서울 중구 수표동에서 태어난 직후 명동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다. 계성초등학교(당시 계성보통학교)를 다니며 당시 명동성당 보좌신부였던 노기남 대주교로부터 교리를 배우고 복사로 활동했다.

고인의 어린시절 꿈은 발명가였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6.25전쟁은 그를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피란 과정에서 두번이나 눈앞에서 죽음을 가까스로 피하면서 '하느님이 나에게 사명을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생전 가톨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생은 한 네 번, 다섯 번째인 것 같다. 살려 주시는 분이 계셨고 해야 할 과제를 손에 쥐여주시는 분 또한 계셨다"며 사명감을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미군통역관으로 일하던 중 '성녀 마리아 고레티'에 대한 책을 번역하며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울대에 복학하지 않고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해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마리아 고레티 성녀 시성 20주년인 1970년 국내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다. 이후 28년간 청주교구장을 지내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등을 지냈다.199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했다.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그를 추기경에 임명하면서 한국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추기경이 됐다.

고인은 방대한 독서량과 왕성한 학구열로 유명하다. 1995년 김대건 신부와 함께 최양업 신부의 라틴어 서한을 완역하며 6개월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기도 시간인 6시 30분까지 번역에 매달렸다고 한다. 집필도 왕성하게 이어갔다. '교회법원사', '교회법 해설',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해설' 등 교회법 관련 저서와 역서를 집필했다. 지난 2019년 펴낸 '위대한 사명'까지 총 49편의 저서와 14편의 번역서를 냈다.

고인은 2012년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 뒤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주교관에 머물며 저술활동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고인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해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 27일 연명 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서명했다. 서울대교구측은 "정 추기경이 오래전부터 노환으로 맞게되는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고자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는 자신이 서약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부탁했고,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 효과가 없다면 안구라도 기증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연명의료계획서 상 '장기기증에 관한 서명'에서 고인은 "내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너그러히 용납하여 주십시요."라고 친필로 적었다. 이어 "가능하다면 각막을 기증하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께 기도하면서. 2018.9.27 +정진석 추기경"이라고 바랐다.

서울대교구장으로 치러지는 정 추기경 장례는 주교좌성당인 명동대성당에서 5일장으로 거행될 예정이다.

조수영/성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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