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세 12조…미술품 2만여점·감염병 대응 1조 기부 [종합]

입력 2021-04-28 11:00   수정 2021-05-28 00:02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12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상속세로 낸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회장의 개인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도 사회에 환원한다. 감염병 대응과 소아암 환자 치료 등에는 1조원을 기부한다.

이 회장 유족들은 28일 오전 삼성전자를 통해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건희 회장 상속 내용 및 상속세 납부 방안 등을 발표했다.
상속세 12조 이상… 세계적으로도 최대 수준
유족들은 우선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삼성 계열사 주식가치는 약 19조원에 달하고 주식 상속세액만 11조4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의 사망일 전 2개월과 사망후 2개월 간 종가 평균에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적용한 결과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조원을 1차 상속세 납부시한인 이달 말까지 내고, 나머지 10조원가량을 5년간 나눠 납부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차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신용대출 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지분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개인별 지분율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공유지분'으로만 신고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공시사항이라 상속세 납부 마감인 오는 30일 이후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점 국민 품으로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2만3000여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방자치단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지정문화재 등이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되는 것은 전례가 없어 국내 문화자산 보존과 미술사 연구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 대응·소아암 환자 치료 등에 1조원 기부
이 회장 유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설비를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도 지원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 "사회공헌이 곧 사업보국"
이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며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고,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삼성의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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