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라 바야데르', 탄탄한 조직력, 흐트러짐 없는 군무…'발레극의 진수'

입력 2021-04-28 17:17   수정 2021-04-29 17:05


국립발레단이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상반된 매력을 한 무대에서 선보였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한 발레극 ‘라 뱌야데르’를 통해서다.

발레단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거대한 춤사위를 선사했다. 수석 무용수부터 솔리스트, 드미 솔리스트와 코르드 발레까지 모든 단원이 무대 위에서 탁월한 연기를 펼쳤다.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에 소속된 8명의 꼬마 무용수도 공연 완성도를 높였다.

관객을 압도한 건 2막이었다. 남주인공 솔로르와 감자티 공주의 약혼식을 축하하는 연회를 펼치는 장면이다. 화려한 배경막을 등 뒤로 한 채 단원들은 디베르티스망(유희춤)을 연달아 췄다. 북을 손에 쥐고 역동적인 군무를 펼치더니, 화병을 머리에 이고선 독무를 선보였다. 온몸에 황금칠을 한 황금신상(김명규)의 강렬한 독무도 감탄을 자아냈다.

주역들의 노련함도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인 니키아 역을 맡은 박슬기는 우아한 마임 연기를 선사했다. 연인을 빼앗기는 자리에서 춤을 춰야 하는 무희의 애끓는 감정을 처연한 독무로 풀어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주인공의 감정은 요동쳤다. 절망과 기쁨에서 배신감과 체념으로 이어졌다. 박슬기는 마임 연기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솔로르 역을 맡은 김기완도 독무에 나설 때마다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무대를 가로지르며 공중에서 다리를 일자로 뻗는 ‘그랑 주테’ 동작은 일품이었다. 감자티 공주를 맡은 정은영도 등장할 때부터 손끝에 힘을 주는 마임으로 표독스러움을 보여줬다. 공연의 감초 역할인 노예 역을 맡은 박종석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3막에 이르자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앞선 무대의 다채로운 배경막과 소품은 사라졌다. 희미한 조명이 어두운 무대를 밝혔다. 무대에 설치된 경사로를 타고 32명의 발레리나가 아라베스크 팡셰를 추며 한 걸음씩 내려왔다. 허리는 뒤로 젖힌 채 한쪽 다리를 허공에 치켜들었다. 32개의 다리가 오르내렸다. 흐트러짐 없는 군무였다. 라 바야데르의 백미로 꼽히는 3막 ‘망령의 왕국 군무’다. 하얀색 드레스를 갖춰 입고 추는 군무로 신비감은 극대화됐다.

주역부터 단역까지 짜임새 있는 국립발레단의 조직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한마음으로 연습한 게 빛을 본 것이다. 공연은 다음달 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이어진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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