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 무대 뒤 연출가…아폴로11호 탑승자 콜린스 별세

입력 2021-04-29 14:41   수정 2021-05-29 00:03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처음 달에 도달했지만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던 유일한 우주 비행사 마이클 콜린스가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0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한 호스피스시설에서 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유족은 "항상 삶의 도전에 겸손하고 품위있게 맞선 그가 마지막 도전도 같은 방식으로 맞섰다"고 전했다.

콜린스는 1969년 7월20일 동갑내기 우주 비행사인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과 함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했다. 선장 암스트롱과 착륙선 조종사 올드린은 달 표면을 걷는 세계 첫 인류가 됐지만 콜린스는 그렇지 못했다. 사령선인 콜롬비아호를 조종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임무였지만 동료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애썼다. 동료들이 달에 착륙해 기쁨을 나누던 역사적 순간에도 시속 3700마일로 달 궤도를 돌며 시스템을 점검했다. 높은 궤도 탓에 성조기를 꼽는 순간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가 탄 사령선이 지구와 달 반대편 궤도로 들어가자 모든 통신이 끊겼다. 48분 간의 정적. 그 순간 자신이 태어난 행성을 볼 수 없는 유일한 인류가 됐다. 콜린스는 두려워하는 것 대신 고독을 만끽했다.

"나는 진정 혼자다. 완전히 고립됐다. 인류의 숫자를 센다면 30억 명과 달 저편에 둘, 그리고 이쪽에 신만 아는 한 사람을 더해야 한다. 기대감, 만족감, 자신감, 흥분감. 이 기분이 좋다."

콜린스는 스스로를 '아담 이후 가장 외로웠던 사람'이라고 했다. 1974년 우주비행 당시를 담은 회고록을 냈고 후배들은 그를 우주의 시인, 철학자로 불렀다.

달 착륙 순간 무대 뒤의 연출가였던 그에겐 '잊혀진 우주비행사', '기억하지 않는 세 번째 우주인'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의 업적이 재조명 받은 것은 2019년 달 착륙 50년 되던 때다. 대중의 관심에도 그는 "운이 좋았을 뿐, 우주비행사는 영웅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콜린스는 군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존 J. 퍼싱 장군의 부관을 지낸 제임스 로턴 콜린스 육군 소장이다. 삼촌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조지프 로턴 콜린스 장군이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나온 그는 공군 파일럿을 거쳐 1963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로 근무했다. 제미니 10호와 아폴로 11호를 조종하며 우주에서 266시간을 보냈다.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국립항공우주박물관장 등을 지냈다.

아폴로 11호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그는 지구를 바라본 순간을 꼽았다. 그는 "지구가 부서지기 쉬워 보였다"며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10만 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본다면 국경이 보이지 않을 것이고 시끄러운 논쟁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콜린스가 눈을 감으며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사람 중 생존한 사람은 올드린만 남게 됐다. 암스트롱은 2012년 8월 심장 수술 합병증으로 숨졌다. 올드린은 트위터에 콜린스를 추모하며 "당신이 어디에 있었든, 어디에 있든 우리를 미래로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추모 성명을 냈다.

"그가 동등한 영광을 누리지 못했을 수 있지만, 그는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린 동등한 파트너였다. 지구가 깨지기 쉬운 행성이라는 사실을 일깨웠고 보물처럼 소중히 여겨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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