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컬렉션'으로 꽃 피운 이건희·홍라희의 심미안

입력 2021-04-29 17:02   수정 2021-04-30 00:40


“알리고 싶지 않다. 알아서 잘할 테니 언론에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29일 삼성가(家)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기여와 그간의 기부 활동을 묻는 한국경제신문의 질의에 삼성 측을 통해 이처럼 답했다. 홍 전 관장을 비롯한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은 전날 수조원 규모의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술계뿐 아니라 세간의 사람들도 모네 피카소부터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까지 국내외를 아우르는 작품 컬렉션에 놀랐다. 세계 유수 미술관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 회장이 이 같은 명작들을 모을 수 있었던 데는 이병철 선대 회장과 부인 홍 전 관장의 역할이 컸다. 특히 이병철 회장은 홍 전 관장이 이 회장과 결혼하자마자 미술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도록 꾸준히 교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라희로 이어진 미술 사랑
이병철 회장은 고미술품 애호가였다. 국보인 ‘가야금관’이 대표 수집품이다. 그의 미술품 사랑은 며느리에게 이어졌다. 갓 결혼한 홍 전 관장에게 일정 금액을 쥐여주며 매일 인사동에서 골동품을 골라오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홍 전 관장도 수집가 이전에 예술가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에 재학하던 시절 국전에 티테이블을 출품해 입선하기도 했다. 선친인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의 부탁으로 이병철 회장에게 한 전시회를 안내한 것이 시아버지와의 첫 상견례 자리가 됐다고 전해진다.

홍 전 관장의 심미안이 시아버지로부터 길러진 것이라면 재정적 뒷받침은 이건희 회장이 책임졌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예술작품이 자신의 예상보다 비싸면 값을 치르지 않았다. 반면 이 회장은 명작이라고 판단하면 값을 묻지 않았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화랑 관계자들이 삼성에 몰려들었고 이들 가운데 예술적으로 값진 작품을 알아보는 데 홍 전 관장이 기여했다”고 말했다.
대중과 현대미술 가교 역할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리움미술관은 예술에 대한 삼성가의 애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름부터 ‘이(Lee)’와 미술관(Museum)의 ‘움(um)’을 조합해 지었다. 세계적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전 관장이 이끈 리움미술관은 대중과 현대미술의 가교 역할을 했다. 매슈 바니,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술 거장들의 개인전을 잇달아 열기도 했다.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데도 홍 전 관장의 역할이 컸다. 리움미술관은 젊은 유망 작가를 발굴하는 ‘아트스펙트럼’과 파리 레지던스 프로그램,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등을 지원하며 미술계 발전에 기여했다.

홍 전 관장의 현대미술에 대한 애정은 이 회장과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 회장은 1987년 미디어 작가 백남준과 만난 뒤 후원을 약속했다. 백남준은 삼성전자가 후원한 TV 1003대로 대표작 ‘다다익선’을 제작했다.
일 외엔 나선 적 없어
홍 전 관장은 리움미술관 등 관련 업무 외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참석해도 조용히 내조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2016년 홍 전 관장은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20억원씩 총 40억원을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에 기부했지만 해당 사실을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관련 부처와 협회 관계자 등을 통해 기부 사실이 전해졌다.

최근 들어선 더욱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인 이 부회장이 두 차례 구속수감되면서 자신의 말 한마디가 가족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한 삼성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수조원의 유산을 상속받는 것 또한 국민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속앓이하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수준의 사회 환원을 결정하고도 자식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는 모습에 심정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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