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는 작년 -3.5% 역성장해 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1946년(-11.6%) 이후 7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 이미 4.3% 성장하는 데 성공해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 1분기에 기록한 6.4% 성장률은 미국의 잠재 성장률(1.5~2.0%)보다 훨씬 큰 폭이다. 기저 효과 덕을 봤던 작년 3분기(33.4%)를 제외하면 2003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작년 4분기에 2.3% 늘었던 소비가 올 1분기엔 10.7% 급증했던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상품 소비는 23.6% 급증했고 서비스 소비는 4.6% 늘었다.
2분기 전망 역시 밝다. CNBC와 무디스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분기엔 9.3%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다 지난달 통과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은 이날 기준 이미 43%에 달했다. 이 덕분에 캘리포니아주는 올 6월 15일부터 정상화에 돌입하고, 뉴욕은 7월부터 경제 활동을 100%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텍사스는 지난달부터 모든 봉쇄를 해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던 해리스 글로벌 경제연구소장은 “팬데믹 기간 중 은행에 쌓였던 저축이 경제 재개와 함께 폭발적인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이 주시하는 고용 상황은 이달부터 급속히 개선돼 왔다. 미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지난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5만3000건으로, 전주의 56만6000건(수정치 기준) 대비 1만3000건 줄었다. 작년 3월 팬데믹 선언 이후의 최저치 기록을 3주 연속 경신했다.
파월 의장은 “(4~5월에) 물가 오름세가 갑자기 커질 수 있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70% 정도는 팬데믹 충격에 따른 기저 효과 때문이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연내 2.0% 이상의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식·부동산 등) 일부 자산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통화 정책과 무관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백신 접종 및 경제 재개와의 상관성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FOMC는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했다. FOMC는 “공중보건 위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고,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도 여전하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성명에서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험을 ‘상당한 수준’이라고 적시했는데 이번엔 그 표현을 뺐다. 경제가 정상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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