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안가는 GTX-D'에 분노한 김포 주민들 "집값 때문 아니다" [김하나의 R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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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05 09:53   수정 2021-05-05 11:26

'강남 안가는 GTX-D'에 분노한 김포 주민들 "집값 때문 아니다" [김하나의 R까기]

2기 신도시로 김포 한강신도시를 알게 된 건 2012년이었다. 당시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배우 신민아가 등장하면서 '아무리 모델이라지만 현장까지 나오네. 대체 어떤 지역일까' 싶었다. 이후 한강신도시를 비롯해 풍무, 고촌, 장기 등 택지지구를 취재하면서 김포가 달라지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봤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다소 고되게 느껴졌지만 꾸준히 들어서는 인프라와 낮은 집값, 쾌적한 환경 등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김포는 도시와 농촌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 했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카페·빵집과 비포장 도로가의 쏘가리 매운탕집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아파트가 속속 준공되고,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개업을 시작하면서 풍경이 달라졌다. 고양시나 화곡동에 살던 후배들이 김포에서 집들이를 시작했고, 서울에서 살던 어르신들이 김포에 살아보겠다고 전셋집을 구했다. 애프터리빙, 프리리빙 등 미분양 아파트의 고육지책들이 사라지고 남은 집들은 제 주인을 찾아갔다.
김포, 도농복합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탈바꿈'
통계청에 따르면, 김포시의 인구는 2011년 25만명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47만명으로 불어났다. 9년 만에 약 90%,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같은기간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같은 기간 2기 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파주시는 37만→46만명, 화성시는 51만→85만명, 평택시는 42만→53만명 등으로 늘었지만 상승률은 김포에 미치지 못했다. 1, 2기 신도시를 동시에 품고 있는 성남시는 되레 2011년 97만명에서 지난해 94만명으로 인구가 줄었다.

늘어난 김포시의 인구는 어디에서 왔을까? 대부분 서울이다. 5일 부동산 전문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에서 순유출(전입-전출)된 인구는 경기도 김포가 7032가구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하남 5484가구, 고양 5230가구, 남양주 3549가구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에 계약을 서두른 사람들 대부분이 서울 세입자들이었다.


비단 최근 뿐만이 아니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원래 서울에서 오는 분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규제로 묶이기 전, 대출이 수월한데다 마침 새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서다보니 김포가 주목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김포 아파트값은 전용 84㎡ 기준으로 실거래가가 8억원을 돌파했고, 중형 아파트는 10억원을 넘어섰다. 규제지역으로 묶이기 전 김포 아파트는 '금(金)포'라 불릴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제 내 집 마련으로 살아볼 만한가 싶었던 김포를 뒤흔들고 있는 뉴스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이른바 김부선(김포~부천선)이다. 온라인 지역카페나 오픈 채팅방, 아파트 입주자모임 등 온라인으로 모여있던 지역주민들이 밖으로 나왔다. 지난 주에는 김포시청 주변에서 차량시위를 하고, 수변공원에서 촛불행진까지 열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GTX-D 노선 강남직결'이다. 정부가 발표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GTX-D 노선은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을 잇게 되는데 이에 반발하고 있다.
GTX-D 직결 요구, 집값 때문 아냐…"출퇴근 지옥"
지역주민들의 카페에는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글들이 성지처럼 '좋아요'를 부르고 있다. GTX-D노선의 강남 직결을 원하는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달라는 이유 때문이며, (인천 검단신도시를 포함해) 서부권 신도시 차별에 대한 항의라는 주장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집값 때문에 GTX-D노선을 요구한다'는 시선이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투기꾼'으로 찍히면 요구사항이 힘을 잃을까봐서다.

김포 주민들은 공식적으로 "집값 때문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보니 '시장에 매물이 늘어났다', '호가가 떨어졌다' 등의 기사가 달가울 리 없다. 김포는 실거주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이들을 위한 교통망 확충을 요구하고 있는데, 집값과 관련된 뉴스가 부각되면 '투기꾼들의 요구'로 읽힐까봐다. 그러니 이러한 내용의 기사에는 좌표가 찍히고 '총공'(온라인 상에서 총공격을 의미하는 단어)에 들어간다. 유튜브에서 '김포 아파트 대폭락', '김포 아파트 물렸다'는 영상보다 기사의 신뢰를 떨어트리기에 더욱 적극적이다.


기자에게도 김포로 영끌한 지인이 있다. 지난해 집을 구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GTX-D노선을 물어볼 때 난감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노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인 또한 "알고는 있다"면서도 "부동산 중개인이 예상되는 역 위치까지 지도로 짚어가며 얘기해주면서,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랬다. 정부는 지난해 11·19대책을 통해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김포시는 GTX-D 교통 호재가 있으며"라고 지정 이유를 언급했다. 그보다 앞서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시세 자료에서도 김포를 두고 "GTX-D노선 교통호재로"라는 부분이 있었다. 이후 보도자료는 수정되고 정부 또한 내용이 잘못 표기됐다고 인정했다.

GTX-D노선은 정부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만 남겼다. 그러나 지역민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 누가 뭐라해도 GTX-D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언젠가는 오게 될 '신주단지'와도 같았다. 지인은 "차라리 발표를 말지 그랬냐"는 볼멘 소리도 했다. 신주단지를 모시고 있으면 마음이라도 편한데, 이제 아예 깨버리게 됐으니 하는 말이었다.

지역 카페에서는 '강남 직결'에서 '서울 직결'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강남'이라는 표현으로 집값 프레임에 다시 갇힌다고 봐서다. 서울로 직접 연결해 달라는 요구라도 수용해준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강남 직결' 요구에서 '서울 직결'로…"부동산 실패 감안, 새 교통망 고려해야"
수도권 개발을 주로하는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신도시의 특징이 있다보니 정부 또한 서울직결을 고려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는 "1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이었고, 2기 신도시는 일자리와 주거지역이 함께하는 도시로 설계됐다"며 "3기 신도시는 서울 접근성을 높인 신도시로 계획됐으니 서울로 연결하는 교통망을 만들어주는 게 당연하지만, 2기 신도시를 서울로 연결하는 건 개발 취지와도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밀려난 국민들의 처지를 고려해 계획을 다시 짜야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전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파주, 평택, 동탄2신도시 등 대부분 서울로 연결되는 GTX 노선이 들어간다"며 "김포 주민들이 반발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계획한 한강신도시 외에도 민간택지지구들까지 대거 들어서면서 김포시 인구는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며 "치솟은 집값과 막힌 대출에 떠밀리다시피 온 서울시민까지 더해 대도시로 성장한만큼 도시계획을 다시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급해야할 주택을 민간이 나서서 공급까지 완료한 곳인데 교통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최근과 같이 격화된 시위가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기업모임 대표는 "일부 부동산들이 실현 가능성이 적은 GTX-D노선을 띄워놓고 허위 실거래가를 신고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며 "있지도 않은 호재로 집을 팔아 수수료를 챙겨 놓고, 이제는 지역 주민들에게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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