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코로나 생지옥'인데…백신 남아도는 美, 청소년도 맞힌다

입력 2021-05-04 17:07   수정 2021-05-05 03:06

미국 보건당국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12~15세에게도 접종하는 안을 곧 승인할 전망이다. 승인이 난 뒤 저연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물량 추가 소진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에 백신 잉여분을 공급하는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화이자 백신을 12~15세 사이 청소년 수백만 명에게도 접종할 수 있도록 승인할 예정”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DA 승인이 나온 다음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자문회의를 열고 권고안을 만든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화이자 접종 가능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FDA 승인이 이뤄지면 여름방학과 가을학기가 시작하기 전 미국 청소년의 상당수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치게 된다. 이미 성인 1억 명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이 그다음 단계인 청소년 접종에까지 나서면서 집단면역 형성 계획에 진전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3월 말 화이자는 미 12~15세 22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100%였다고 발표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의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 확대가 ‘백신 이기주의’ 논란에 또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에선 4일 오전 기준 13일 연속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의 백신 접종률(완료 기준)은 2.2%에 그친다.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코로나19로 위험에 처할 확률이 낮은 청소년에게까지 접종하는 것이 윤리적이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승인 아래 화이자는 미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에 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원할 대상 국가를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은 3일 기준으로 확보했지만 아직 접종에 쓰이지 않은 6500만 회분의 백신 여유분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중 3100만 회분이 화이자 백신이다. 미국 최대 의료재단인 카이저파운데이션이 운영하는 카이저헬스뉴스(KHN)는 이날 미 정부가 접종 위탁처인 대형 약국체인 CVC, 월그린 등에 공급한 백신 18만여 회분이 3월 말 기준 폐기 처분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원하는 사람 모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집단면역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NYT는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일부 미국인의 백신 거부 등의 문제로 집단면역 달성이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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