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서 드러난 농지 투기 문제는 법만 엄정하게 집행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현상과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법부터 고치고 규제를 남발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규제 완화”라며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부동산, 교육 등 세 가지 분야의 제도를 ‘혁명’ 수준으로 확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이날 여의도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개월 동안 (대통령 후보로서) 비전을 알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전력을 쏟아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11월 예정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겠다는 의사 표시다. 원 지사는 최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원 지사는 “2014년 농지 투기 방지 대책을 세우고 전수 조사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했더니 제주 전역에서 들끓던 부동산 투기가 2016년부터 눈에 띄게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대규모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기로 하면 투기가 성행할 것을 초등학생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그렇게 일 잘한다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고 쏘아붙였다. LH 사태의 발단이 된 광명과 시흥이 이 지사 관할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원 지사는 “대통령과 장관이 아무리 말로 규제 혁파를 외쳐도 현장에서 풀리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넘어선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책임이 면제되는 만큼만 일한다”며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부가세 환급 등 행정에 접목하려 해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무원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만 쳐다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 없는 제도를 국내에서 먼저 시행하려 하지 않는 게 관료들의 생리라는 설명이다. 민관 인력 교류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제안했다. 원 지사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전문가를 제주도 미래전략국장으로 6년간, 복지정책의 대표적 ‘을’인 사회복지협회장을 복지국장에 3년간 기용했더니 재임 기간 성과가 가장 많이 났다”고 소개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묻자 “지지층이 반대하는 정책은 절대 시행하지 않았다”며 “유일하게 잘한 게 있다면 정책 홍보”라고 깎아내렸다. 이어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보다) 훨씬 낫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 지지층이 반대해도 국익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원 지사는 제주에 중앙차로와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예를 들며 “섬 특성에 맞지 않는 정책을 도입한다는 거센 비판 의견을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다”며 “막상 도입되자 대중교통을 정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없던 노선도 생겨 교통 혼잡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쉬운 정치는 없다. 필요하면 욕먹을 각오로 돌파하겠다는 결기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했다. 원 지사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전쟁이 터지면 어떤 국민이든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 이 부회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비유했다. 이어 “사면론과 관련해 국민의 지지가 많이 올라온 것도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상훈/좌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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