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자주 나오는 BTS 왜?…달라진 엔터 생태계 '명과 암' [연계소문]

입력 2021-05-09 08:31  



안마의자에 앉은 방탄소년단(BTS)이 "10년 더 건강하게!"를 외치고,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며 "쉬운데?"라고 말한다. 맥주를 잔에 따르며 탄산의 시원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및 토크쇼에 단독으로 출연하며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 그룹으로 우뚝 서며 국내 방송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웠던 방탄소년단을 자주 만날 수 있다니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그 안에는 1년 넘도록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엔터업계의 안타까운 속 사정이 반영돼 있다.

하이브(전 빅히트)가 지난 4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하이브는 올해 1분기 매출 1783억 원, 영업이익 21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간접 참여형 매출이 대폭 늘었다는 점. 지난해 1분기 495억 9600만원 수준이었던 간접 참여형 매출은 올 1분기 1107억 8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직접 참여형은 코로나19 이후 1000억원에 달하던 공연 매출이 0원으로 추락하며 주요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가 있지 않는 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직접 참여형 매출의 불확실성을 메우는 요소로 광고·출연료가 비중을 넓혔다. 지난해 1분기 80억 수준이었던 광고·출연료 매출은 올 1분기 130억 6900만원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KBS '뉴스9',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시작으로 KBS 단독 토크쇼 '렛츠 BTS',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다. JTBC에서는 '인더숲 BTS편'이 방송되기도 했으며, 자체 예능 콘텐츠인 '달려라 방탄'으로 나영석 PD '출장 십오야'와의 컬래버까지 성사됐다. 2017년 JTBC '아는 형님' 이후 음악방송을 제외하고는 국내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없었던 방탄소년단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글로벌 무대를 선호하며 국내 방송과는 거리를 두던, 이른바 '탈(脫)미디어' 흐름도 다소 주춤해졌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엔터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 접점에 한계가 생기면서 다시금 기성 미디어에 전략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팬데믹 초반에는 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소통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속되는 비대면 환경 속에서 팬덤 외 '대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금 '무대'가 필요해졌다. 이에 활동이 방송에 집중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화, 뮤지컬, 콘서트 전 분야가 고전하는 가운데 방송만이 살아남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악방송 또한 중요한 하나의 '무대'가 됐다. 음악방송도 팬들과의 소통 일환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무대 말미 카메라가 아티스트를 고정적으로 비출 때 개성 넘치는 '엔딩 포즈'를 취하는 문화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전략이 한 데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대형 기획사와 중소 간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해체한 아이돌 그룹만 10여 팀에 이른다. 이 중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회사 경영의 어려움을 직접적인 해체 이유로 밝힌 이들도 있다. 컴백 쇼케이스 자리에서 해체 위기를 겪었다며 눈물을 흘린 사례도 있다.

이들은 SNS 소통 또한 이들에게는 돌파구가 되기 어렵다고 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SNS 상에서도 빈부격차가 있다. 큰 기획사들은 홍보 집행비로만 1000만원 많게는 억 단위까지 쓴다"면서 "음악방송 출연도 바늘구멍 뚫기지만 SNS로 유명해진다는 건 더 심한 희망고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방송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새 아이돌 그룹 제작을 공언하며 참가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프로듀스'를 선보였던 Mnet은 걸그룹을 선발하는 '걸스 플래닛', SBS는 박진영·싸이를 앞세워 보이그룹을 만드는 '라우드', MBC는 한동철 PD, 여운혁 PD·미스틱 스토리와 각각 걸그룹, 보이그룹 선발 오디션을 내놓는다. 각 프로그램마다 중소 기획사 연습생들이 대거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조작 파문이 일었던 '프로듀스' 사태, 데뷔 약속을 무산시켰던 '믹스나인' 등의 사례가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참가자들 중 선발을 통해 데뷔조를 구성한다는 프레임 아래서 방송사가 지닌 역할이 중소 기획사들에게 권력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송 출연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현 시점에서 엔터 생태계는 더욱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상태의 엔터계를 파고드는 만큼 이 프로그램들이 질서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가 되지 않고,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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